같은 미국이라지만 시카고와 하와이의 4시간 시차는 생각보다 컸다.


아침 댓바람부터 눈이 떠지는데 이렇게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좋다. 그것도 마우이에서-


어제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방 앞에 펼쳐진 정원도 꽤나 예쁘다.


9일 동안의 여행 경비 중, 호텔비를 가능한 아껴보려고 오션뷰(Ocean View) 대신 골랐던 가든뷰(Garden View) 였는데 의외로 괜찮다.


이 일대 호텔들이 조경을 워낙에 잘 해놔서 그런지 나쁘지 않다.  2층인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걱정했던 하늘을 보니 구름이 좀 끼어있기는 하지만 비는 오지 않는 것 같아 일단 안심을 했다.



- 카아나팔리비치 호텔 정원뷰

- 정원 조경이 잘 되어있어, 분위기가 괜찮다.



아침을 먹기 전, 아내와 어젯밤에 걸었던 산책로를 잠깐 걷기로 했다.


여기저기 잔디 위에 플루메리아(Plumeria) 꽃도 떨어져있고 이름모를 새들도 뛰어다니고. 정말 평화로운 분위기다.


미국인들은 아침부터 곳곳에서 조깅을 하며 운동을 하는데, 참 부지런들 하다.


하늘에는 완벽하게 무지개가 걸려있고 선선한 바람도 산들산들 불고...


딱 꼬집어서 왜 좋은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저 좋다.



- 무지개가 걸려있는 마우이의 아침

- 하와이에서는 무지개를 쉽게 볼 수 있다.



8시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오하나(Ohana) 웰컴 조식을 먹으러 갔다.


하와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단어인 오하나는 하와이 언어로 가족 이라는 뜻이다.


호텔 스태프들이 와서 마우이만큼 좋은 곳은 없네~ (There's no place like Maui) 하면서 노래도 불러주고.


공짜 치고는 훌륭한 아침식사도 먹으며 여행정보를 들었다.



- 땅에 떨어진 플루메리아로 만든 LOVE♡

-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산다면 플루메리아 나무를 키우고 싶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어느정도는 관광상품을 팔아먹기 위한 홍보의 시간이기도 했다.


부페 디저트 중에 파인애플이 있었는데, 작년에 먹었던 하와이 파인애플이 생각나서 가져왔는데 역시나 맛있다.


게다가 기분 좋게도 몇 커플을 추첨해서 선물도 줬는데, 우리는 해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치 카바나 이용권을 받았다.


어제는 칵테일, 오전에는 식사, 그리고 카바나 이용권까지 공짜로 받았으니 호텔 서비스는 마음에 쏙 든다.



- 비치 카바나 2시간 이용 바우처



아침식사 후, 오늘 할 가장 중요한 액티비티인 스노클링을 하러 수영복을 입고 장비를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호놀루아 베이(Honolua Bay) 쪽으로 차를 몰고 가는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서는 오후에 강우확률 50% 정도라고 했는데 오전부터 이게 뭔 일인지... ㅠㅠ


제발 지나가는 비 이기를 바라며 북쪽으로 향했지만 점점 더 바람도 세지고 파도는 높아지고...


그래서 작년에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섬 곳곳의 기후가 달랐던 것을 생각해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다른 곳을 향해 계속해서 달렸다.


언뜻 듣기로 북쪽 해안에 한적하고 괜찮은 바다연못(?)이 있다길래 일단 그곳까지 가보자 싶었다.


웃긴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해도 평화로운 마우이를 드라이브 하는 기분은 참 좋았다.



- 비바람이 부는 마우이~♪



마우이섬 북부쪽 길은 동부의 '하나로 가는 길' 맛보기 같은 느낌이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장관이 펼쳐졌다.


물론 하나로 가는 길이 훨씬 임팩트가 있지만 이 길도 나름 운치있고 예쁘다.



- 마우이 북부 해안 렌터카 금지구역

- 왕복 1차선 정도의 좁다란 길이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갑자기 길이 좁아졌다.


편도 1차선, 왕복 2차선의 도로가 느닷없이 왕복 1차선으로 바뀌어 버렸다.


게다가 한쪽은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다.


만약 앞쪽에 차가 오기라도 한다면 반대쪽에서 후진해서 비켜줘야 하는 아주 험한 길이다.


이 지역은 나중에 지도를 보니 렌터카 금지구역 이었다.


작은 차를 빌렸기에 망정이지 큰 차를 빌렸으면 대략 난감할 뻔 했다.


괜히 렌터카 금지구역으로 정해놓은게 아니니 초보자는 절!대! 가면 안되는 길이다.


다행히 후진 한차례 빼고는 큰 문제없이 돌아나오긴 했는데 다시 가라면 겁나서 못 가겠다.



그런데 날씨가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도가 워낙 높아서 연못은 접근도 못하겠고 왠지 스노클링은 못 할 것 같은 안좋은 느낌이 엄습해왔다. ㅠㅠ



- 바닷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블로우홀

- 놀이공원이 아니니 조심하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적혀져 있다.



되돌아오는 길에는 나칼렐레 블로우홀(Nakalele Blowhole)이 있었다.


파도가 세게 치면 땅에서부터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구멍으로 분수처럼 물이 솟구쳐 오르는 곳이다.


가까이 가보니 어른 몸통만한 크기 정도의 구멍이 있는데 물기둥이 솟아오르기 전 땅이 진동한다.


발 밑으로 진동이 느껴지는데 기분이 묘했다.


가끔씩 10미터 이상의 물기둥도 생기는데 꽤나 장관이다.



- 하와이의 야생닭

- 카우아이섬(Kauai)뿐 아니라 하와이 전반적으로 야생닭이 많이 있다.



다시 호놀루아 베이로 돌아와 스노클링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차를 세워두고 바닷가 근처로 가는데 곳곳에 야생닭들이 천지다.


작년에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하와이에는 야생닭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예쁜 닭들을 지나 바다로 나와보니 아뿔사...  물 색깔이 갈색빛이다.


작년 몰로키니에서 했던 푸른 바다에서의 스노클링을 기대했는데 망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 속으로 들어갔는데 역시나 물고기는 한마리도 안 보인다.


신기한건 그렇게 파도가 높고 밖에서 보기에는 갈색빛이 도는데도 불구하고 물 속이 생각보다 시계가 좋다는 것이다.


만약 맑은날 이었다면 정말 재미있게 놀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 물장구 칠 때 생기는 물보라 까지 선명히 보이는... 의외로 시계가 좋은 물 속

- 하지만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물고기...



어쩔 수 없이 스노클링은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으러 라하이나 시내로 가서 알로하 믹스드 플레이트(Aloha Mixed Plate)라는 식당을 찾았다.


이곳은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해서 경치가 좋다.  특히 저녁에 오면 참 예쁠 것 같다.


이 곳 에서는,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로코모코(Loco Moco)와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라우라우(Lau Lau)를 시켰는데, 이번 여행 중 세 번 시켜먹었던 로코모코 중 가장 맛있는 로코모코 였다.


라우라우는 좀 싱거운 감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워낙에 싱겁게 먹는 편이라 괜찮았다.



- 라우라우(위) / 로코모코(아래)

- 가만 보면 마카로니 샐러드는 어디든 같이 나오는 것 같다.

- 하와이 음식 특징 중 하나는 쌀밥을 곁들인다는 것이다. 아마도 동양인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는 유명한 반얀트리 공원(Lahaina Banyan Court Park)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이라 한껏 기대하고 갔는데 신기하긴 하다.


얼핏 보면 여러 그루의 반얀트리가 있는 곳인데 자세히보면 나무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한그루 라는 말이다.


근데 워낙 우거지기도 하고 그늘이 져서 어두침침해서 그런지 신기하긴 했지만 분위기가 내 취향은 아니다.


궁금했던건 바람이 불 때 마다 어디선가부터 꽃향기가 진동하는데, 어떤 꽃인지 결국 못 찾았다.



- 라하이나의 명물인 반얀트리

- 얼핏 여러그루의 나무 같지만 알고보면 한그루다.




- 언제 비가 왔었냐는듯 청명한 하늘

- 해변가는 습도가 낮아 그늘에 있으면 기온이 높아도 시원하다.



공원 주변으로는 구법원도 있고 라하이나 시가지도 있어서 산책하는 듯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좋았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쉐이브아이스 가게.  울룰라니스 하와이언 쉐이브아이스(Ululani's Hawaiian Shave Ice).


7년 전에 일본에 여행 갔을 때 먹어봤던 쉐이브아이스가 별로였어서 작년에는 아예 생각도 안했는데,


이곳은 아주 유명한 맛집이란다.


굳이 한 번 먹어보려면 이런데서 먹어야지 싶어서 작은 사이즈로 시켰는데.


역시나 예상했던 맛이다.  시럽뿌린 얼음맛... 근데 이 곳의 포인트는 아래에 깔아놓은 아이스크림이다.


마카다미아넛이 들어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골랐는데, 진짜 고소하고 맛있다.


근데 전반적으로 너무 달아서 어른들 보다는 아이들이 더 좋아할만한 맛이다.



- 알록달록한 쉐이브 아이스

- 얼음이 녹아서 떨어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넓은 받침이 있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4시가 됐다.


야속하게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듯 화창하기만 하다.  오전에 이랬음 얼마나 좋았을까... 참...


얼른 돌아가서 아침에 받았던 비치 카바나 쓰려고 했더니 이미 영업종료 했으니 내일 사용하라고 한다.


내일은 오전에 다시 오아후로 돌아가야 해서 쓸 시간이 없는데...  흠...


확실히 마우이가 오아후에 비해 영업시간이 짧은듯 하다.



- 블랙락의 다이빙 세레모니



아쉬운 마움에 블랙락(Black Rock) 앞에 비치타월을 깔고 앉았다.


마침 블랙락 꼭대기에 횃불 점화와 다이빙 세레모니를 하는 시간이어서 일몰과 함께 다이빙을 구경했다.


해가 지고 나서도 한참을 더 그렇게 앉아있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마우이에서 딱 하루만 더 있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참 아쉽고 또 아쉽다.


그래도 한국에서 오는 가족들과도 일정을 맞춰야하니 이렇게 또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날도 어두워졌는데 이제 뭘 할까 고민하는데 별로 배도 안 고프고 해서 운동삼아 산책로를 끝에서 끝까지 왕복했다.


어제 봤던 보름달은 윗부분부터 찌그러지고 있었다.


나중에 여행 마지막날 반달로 변한 보름달을 보니 하와이의 달은 서울이나 시카고에서 보는 달과 다른 모습이란걸 알게됐다.



- 세이프웨이에 있는 하와이 현지식품 구역

- 다양한 과일, 가공육, 생선 등이 있다.



내일 오전에 먹을거리를 살겸 근처에 있는 마트를 찾았다.


세이프웨이(Safeway)라는 곳인데 적당한 가격에 물건도 깔끔하니 괜찮았다.


멤버쉽카드를 만들면 할인이 된다길래, 앞으로 몇 번 더 올 것 같아서 멤버쉽도 가입했다.


포케(Poke)랑 캘리포니아롤이랑 몇가지 샀는데 멤버쉽 덕분에 10불 정도 할인도 받고 좋다.


이제 풀었던 짐을 정리하고 오아후로 갈 준비를 해야지.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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