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 까막눈 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화풍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인상주의/인상파(Impressionism) 라고 답하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리라 생각한다.


르느와르, 고흐, 고갱, 세잔, 드가 등 다양한 인상파 화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나는 클라우드 모네(Claude Monet)를 좋아한다.


그 모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바로 쥐베르니(Giverny)의 모네의 정원(Claude Monet's Garden)이다.



- 4월말 튤립이 만개한 모네의 정원



오늘은 모네의 발자취를 찾아 가는 날이다.


모네의 정원이 있는 쥐베르니(Giverny)는 베르농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5~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동네여서 일단은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베르농까지 가야한다.


어제 푹 쉬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니 아침 일찍 가야지 관광객이 적다고 해서 모네의 정원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서 가기로 했다.


8시 20분에 생 라자르 역(Gare Saint-Lazare)에서 베르농(Vernon)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서 숙소에서 일찍 서둘러 나갔는데 문제가 생겼다.


기차 시간을 너무 딱 맞춰서 갔더니만 8시 20분에 땡하고 기차가 출발하는걸 눈 앞에서 놓쳐버렸다;;;;;



- 생 라자르 역의 플랫폼



혹시라도 기차를 놓칠까봐 생 라자르 지하철역에서 기차역 플랫폼까지 뛰어갔는데 기차가 스르르 플랫폼에서 떠나는걸 보니 좀 허탈했다.


그런데 출발시간 10분 전에 도착했어도 어차피 못 탔을 기차다.


왜냐면 프랑스어랑 영어를 섞어가며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기차표 발권 하는데만 10분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것보다 프랑스 사람들이 영어를 잘해서 대화를 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딱 맞춰서 기차역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뭔가 스케줄이 꼬여버린 느낌이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다음 기차가 올 때 까지 기차역 구경도 하고 아침도 먹으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 생 라자르 역에서 기차를 타러 가는 사람들



갑자기 다음 기차시간까지 두시간 정도 시간이 생겨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까지 생겼다.


이런 우여곡절도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하철 메트로에서도 느낀거지만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참 분주하다.


평일날 출근시간이니 어쩌면 당연한거지만 다들 참 부지런들 하다.


또 하나 신기한건 이른 시간인데도 기차역에 모든 상점이 다 오픈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빵가게인 불랑쥬리(Boulangerie)나 까르푸시티마트 같은 먹을 것을 파는 곳은 물론이고.


신발가게 옷가게 같은 상점도 다들 문을 열어서 장사를 시작했다. 심지어 미용실도 북적북적 하다.


미국에서는 기차를 탈일이 없어서 비교를 할 수가 없고 한국의 서울역이나 용산역은 어떤지 괜시리 궁금해졌다.



- Paul 에서 사먹은 아침식사

- 퀴시(Quiche) 그리고 치킨 샌드위치(Sandwich Pavot Poulet)


그나저나 아침부터 뛰어다녀서 그런지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뭘 먹을까 하다가 폴(Paul) 이라는 불랑쥬리에서 빵을 사다가 먹었다.

그런데 어제 바게뜨를 먹으면서도 느꼈지만 프랑스 빵이 참 맛있다.

특별히 고급 빵집이 아니더라도 고급 호텔에서 사먹는 수준의 빵을 구워내는 느낌이다.

그리고 유로 환율이 많이 내려서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물가가 높지 않다.

지인들이 유럽여행 다녀왔을 때 물가가 비싸서 고생고생 했던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희한했다.

어쩌면 그사이 한국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 파리에서 베르농까지 가는 기차 내부

- 지정된 좌석이 아니라 빈자리에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어쨌든 드디어 기차를 타고 베르농으로 향했다.

일반석이라 그런지 의자가 그다지 편하지는 않은데 깨끗하고 조용하다.

지하철 메트로에서도 느꼈고 기차에서도 그렇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참 조용한 것 같다.

떠드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게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있다.

메트로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고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신기할 정도로 그냥 가만히 있는데 한국이랑 많이 달랐다.


- 기차 밖으로 보이는 파리 외곽 풍경

- 말 그대로 그래피티 천지다.



기차 밖으로는 보이는 풍경은 건물.. 그래피티... 건물.. 그래피티... 그러다가 갑자기 초원이 펼쳐졌다.


그렇게 파리 교외로 벗어나서는 한참을 달려 베르농에 도착했다.


베르농은 아주 작은 도시인데 쥐베르니는 여기서 좀 더 가야하는 시골마을이다.


기차역 밖에는 쥐베르니행 셔틀버스가 여러대 늘어서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서 가기엔 좀 먼 거리라서 셔틀버스가 거의 유일한 교통편이다.


그러니 모네의 정원에서 다시 베르농으로 올때도 파리로 돌아가는 기차시간을 잘 계산해서 버스를 타야한다.



- 출처 : Giverny.fr

- 쥐베르니/지베르니 가는 셔틀버스 운행 시간표



베르농에서 세느강을 건너 15~20분 정도 시골길을 따라가니 쥐베르니가 나왔다.


여기에는 박물관도 있고 예쁜 까페도 있는데 조경이 참 잘 되어 있는 마을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미리 사서 입구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었는데, 입출구가 있는 곳에서 안내원에게 표를 보여주면 바로 새치기(?)를 시켜준다.


매표소를 지나서 들어가니 기념품샵이 나오는데 거길 지나면 바로 모네의 집과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 온갖 꽃이 어우러진 모네의 정원



정원은 규모는 크지 않은데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조경을 잘 해놓았다.


아마도 화가이자 정원사였던 모네가 가꾸던 정원 그대로의 모습을 계절별로 그대로 간직하는 것 같았다.


봄이라서 온갖 꽃이 만개해 있는데 참 아름답다.


집 앞 벤치에 앉아서 정원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힐링되는 느낌이 드는데 정말 그림같다.


다른 관광객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벤치에 앉아서 정원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모네의 집의 Dining Room

- 내부의 다른 공간처럼 이곳도 일본풍의 작품으로 채워져있다.



다시 일어나 모네의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신기하리만치 일본작품 천지다.


모네가 일본의 미술작품을 좋아했다고 하긴 하던데 이건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랑하는 수준이랄까.


모네의 연못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일본식 다리(Japanese Bridge)이니 일본문화 사랑이 정말 각별했나보다.


동서양의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확인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모네가 한국을 알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 모네의 정원에서 가장 유명한 Japanese Bridge



예쁘게 꾸며놓은 집안 내부를 둘러보고는 이제 연못으로 향했다.


그런데 날이 우중충해서 그런건지 어쩐지 개구리가 엄청나게 울어댄다.


한국에서 여름에 매미가 쉴새없이 울어대듯이 여기서는 개구리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마도 모네가 수련(les nymphéas/water lilies)을 그릴 때도 옆에서는 개구리가 개굴개굴 울었을 듯 하다.



- 모네의 연못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개구리



연못은 모네의 작품에서 봤던 그대로의 모습인데 모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모네가 어떤 모습을 어떻게 작품에 담아냈는지 경험하면 참 좋을 것 같다.


마치 미드나잇인파리(Midnight In Paris) 에서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작가들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모네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니만큼 모네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기념품샵에 가면 모네가 이곳에서 작업하던 기록물도 있는데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게 신기하다.



- 모네의 정원 바로 앞에 위치한 라 카퓨신(La Capucine)



이제 기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셔틀을 기다리며 에스프레소 한잔을 했다.


모네의 집 바로 앞에 있는 라 까퓨신(La Capucine)이라는 가게였는데.


날이 좀 추워서 그런건지 몰라도 프랑스에서 먹었던 에스프레소 중 여기서 먹은게 가장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 베르농의 특이한 물 위에 떠있는 건물



쥐베르니에서 베르농으로 돌아와서는 잠시 베르농 시내 구경도 했다.


워낙에 작은 도시라서 그다지 볼건 없는데 강가에 지어진 특이한 건물 한채가 눈에 들어온다.


정확히 어떤 역사와 사연이 있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유명한 듯 하다.


시내에도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남아있는데 한바퀴 돌아볼만 하긴 하다.



- 베르농 시내의 아주 오래된 건물들

- 이런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의 원조격 이란다.



이제 다시 베르농에서 파리로 돌아가는 길.


피곤했는지 그대로 곯아떨어져서 정신없이 잤다.


이제 다시 기운내서 파리 시내 구경하러 고고~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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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대 2015.07.31 0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여행에서 타야할 기차나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면 허탈하죠... 차라리 아예 늦으면 체념하기도 쉬운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