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 일정이 빡빡할 것이란 예상에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할레아칼라 분화구(Haleakala Crater) 정상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는 말에 새벽잠을 설치며 출발했다.



새벽 2시 30분.


호텔을 나서서 길을 떠나는데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다.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디카가 엄청나게 좋아야 하나보다;;;



할레아칼라 분화구로 가는 길은 강원도의 대관령 고개를 넘어갈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끊임없이 구불구불하게 꾸준히 올라가는데...


해발 1000미터... 2000미터... 3000미터...


올라가는 해발고도에 비례해서 자동차 바깥 온도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었다.


산 아래쪽은 일년내내 항상 23~30℃ 를 유지하지만 여기는 딴 세상이다.


이미 10℃ 이하로 떨어졌고 바람이 쌩쌩 불어 체감온도는 더더욱 낮았다.


정상은 추우니 두꺼운 옷을 챙겨가야 한다고 들었기에 충분히 챙겨간다고 챙겨갔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자 이제는 구름속으로 들어갔다.


깜깜한 밤에 안개같은 구름이 자욱히 끼어있으니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달려 정상 주차장에 4시 30분쯤 도착했다.


일찍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정상 주차장은 벌써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주의할 점은 정상 주차장 바로 전에 조금 더 넓은 주차장이 먼저 나오는데, 그곳에 주차하면 안된다.


그 곳에서 한참을 더 올라가야 정상 주차장이니 절대 착각하면 안 된다.



- 전망대 앞에 모여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 가을날씨 정도의 기온을 예상하고 후드티를 준비한 사람들은 한겨울 날씨에 대략 멘붕이다.

- 일부는 이슬이 잔뜩 낀 유리로 둘러쌓인 전망대 안으로 피신 중



오늘 일출은 6:05 AM 이라고 해서 잠시나마 눈을 붙이기로 했다.


알람을 맞춰놓고 잠깐 눈을 감았다 떴더니 5:45 AM. 이미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부랴부랴 차 밖으로 나오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건 추운 정도가 아니라 한겨울이다.


혹시나 일출을 보러 가실 생각이 있다면 명심하고 단단히 챙겨서 가셔야 한다.



- 할레아칼라 분화구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 본 일출

- 산 중턱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데 정상에서는 이렇게 구름 위로 해가 뜬다.



게다가 이 추운 와중에도 일출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손을 바깥에 빼고 있었더니 동상 걸리는 느낌이다.


일출을 아내와 함께한 모습도 담고 싶은데 둘 다 얼굴이 굳어버려서 미소가 안 나온다.


정말 힘들고 고생했지만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생하면서 봐서 더 그런지 눈물이 나올 정도랄까.


신기한 것은 해가 뜨면서 기온이 확 올라간다.



- 해가 뜨는 반대편으로 보이는 할레아칼라 분화구 정상의 풍경

- ①번은 정상 한 켠에 있는 천문대

- ②번은 보호식물인 은검초를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정원



할레아칼라 분화구는 분위기가 묘하다.


검붉은 흙에 생명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데, 은색의 뾰족뾰족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은검초(Silversword) 라고 하는 식물인데, 모진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이 신기하기만 하다.



정상 주차장 가운데에는 은검초를 키우는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여기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눈쌀 찌푸려지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은검초 보호를 위해 정원에 들어가지 말라고 분명히 표시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한국인커플은 인증샷을 위해 정원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조심하는 것 중 하나가, 나 하나로 인해 한국인 전체의 이미지가 결정될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 또 조심하는데...


한 번만 더 생각해고 행동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출처 : doopedia.co.kr

- 다른 생명체는 보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 자라나는 은검초



정상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멋지다.


백두산 보다도 훨씬 더 높은 곳이다 보니 구름이 저 멀리 아래쪽에 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에 있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구름 사이로 작은 무지개도 보이는 것은 보너스다.


자동차를 타고 다시 굽이굽이 내려가는 길은 아찔하긴 하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주의할 점은 정상 인근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자전거 하이킹 부대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길은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자전거 부대와 함께 도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제 '하나(Hana)로 가는 길' 이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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