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새벽 3시가 다 되서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천근만근 피곤한데도 시차 때문인지 아침 7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한국에 방문할 때도 시차 때문에 고생하는데, 같은 미국에서도 2시간의 시차가 은근 영향을 미치는게 재밌다.



- 추수감사절 아침의 라스베가스 스트립

- 밤에 비해 아침은 상당히 정적인 느낌이다.



아침에 다시 내려다 본 스트립은 또 다른 느낌 이었다.


밤에 볼 수 있는 화려한 느낌의 야경과는 달리 뭔가 좀 차분한 느낌이랄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간밤에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다들 뻗어있을 것만 같았다.



- 코스모폴리탄 호텔의 발코니

- 이 호텔의 특징은 방마다 이렇게 발코니가 있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니지만 탁 트인 느낌이 좋다.



조식을 먹어보려 호텔 2층에 있는 Wicked Spoon 으로 향했다.


라스베가스는 호텔 부페가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코스모폴리탄에 있는 위키드스푼 부페도 알아준다고 한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바로 입구에 서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1인당 $45 라고 한다.


뭥미?!?! 아침 부페는 20 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뭐가 이렇게 비싸지 싶었는데, 추수감사절/땡스기빙 특식 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먹을 생각으로 왔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특식 부페를 먹는 것은 좀 오바인 것 같아서 부페 체험은 일단 나중으로 미뤘다.



- 코스모폴리탄 호텔 1층에 위치한 카페 헨리



부페 매니저가 1층의 헨리(Henry)라는 카페가 조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봤다.


카페는 조용한 분위기 였고, 에그베네딕트(Egg Benedict)와 조식 버리또/브리또(Breakfast Burrito)를 시켰다.


접시에 담겨 온 음식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아 보였는데, 먹다보니 끝도 없다.


결국 의도치 않게 아침을 정말 거하게 먹었다.



- 호텔 객실의 냉장고

-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료 이외에는 냉장실에 물 한 병도 넣어놓을 공간이 없다.

- 자세히 보면 음료수 아래에 저울이 있는데, 음료수를 들어올리기만 해도 먹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 아랫쪽은 냉동실



아침을 먹고는 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플래닛 할리우드(Planet Hollywood) 호텔에 있는 ABC Stores 에 들렀다.


하와이에 여행 갔을 때 하루에도 몇번씩 들렀던 가게인데 라스베가스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 참고 포스팅 (  하와이 여행 후기 - Day 4. 오아후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


호텔 객실 안에 비치된 Fiji Water 가격이 한 병에 10불 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마실 물을 사러 온 것이다.


이 호텔만 그런 것인지 다른 호텔도 그런지는 몰라도 매정할 정도로 객실의 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놨다.


냉장실 안에 가득가득 음료수를 채워놨는데 물 한 병도 넣어놓을 자리가 없다.  참 야박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스트립 호텔 관광 준비를 했다.


라스베가스의 호텔은 각각 테마를 가지고 특징 있게 지어졌다.


요즘 지어진 호텔은 '현대적인 분위기' 정도의 테마만 가지고 있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호텔들은 한눈에 딱 봐도 어떤 느낌의 호텔이겠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에펠탑과 개선문이 있는 파리스 라스베가스 호텔.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뉴욕뉴욕 호텔.

호텔 안에 운하가 흐르는 베네시안 호텔.

고대 로마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씨저스 팰리스 호텔 등등...


호텔을 둘러보며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하루 관광코스를 꽉 채울 수 있다.



우리는 일단 오늘은 코스모폴리탄 호텔을 기준으로 북쪽의 호텔만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 바로 옆 벨라지오 호텔 쪽으로 해서 시저스 팰리스, 포럼샵, 패션쇼몰, 윈 호텔, 팔라조/베네시안, 파리스 호텔을 찍는 동선을 계획했는데, 이 거리만 해도 직선거리로 왕복 4km 가 넘는다.


얼핏 그리 먼 거리가 아닌듯 싶지만 호텔 안과 몰을 둘러보고 쇼핑도 하면서 걷는 거리를 더하면 두 배 이상은 더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출처 : cghub.com

- 영화 행오버의 한 장면



아직 이른 시간이라 벨라지오의 분수(Fountains of Bellagio)는 평온했다.


벨라지오 분수쇼는 평일엔 3~7(30분 마다), 7~12 AM(15분 마다)에 볼 수 있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12 PM~7(30분 간격), 7~12 AM(15분 간격)에 쇼를 한다.


이따가 오후에 지나가면서 봐야지 하고는 시저스팰리스(Caesars Palace)로 향했다.



-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로비

- 위의 행오버 장면이 바로 이 로비가 배경이다.



시저스 팰리스는 영화 행오버(The Hangover)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호텔이다.


고대 로마의 신전과 석상들을 호텔 곳곳에 형상화 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있다.


또한 포럼샵(Forum Shops) 이라고 하는 커다란 패션 몰과 연결되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포럼샵 또한 시저스 팰리스와 같은 테마인 고대 로마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웅장하고 거대하고 무게감있는 분위기가 곳곳에 있는 분수, 실내에 그려진 하늘, 은은한 조명 등과 어우러져 있다.



- 패션쇼 몰, 그리고 윈과 앙코어 호텔

- 스트립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포럼샵을 나와 이번에는 패션쇼몰로 향했다.


시간만 잘 맞추면 패션쇼를 볼 수 있고, 건물 바깥에 우주선 같은 원반 모양의 조형물이 유명한 곳이다.


이 곳은 백화점과 수많은 숍이 한데 모여 있는 대형 사이즈의 쇼핑몰 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그런데... 오늘이 추수감사절 당일이라 저녁 8시에 오픈한다고 한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완전 허탕 쳤다.



- 윈 호텔 내부

- 꽃으로 만든 화려한 장식



그래서 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패션쇼 몰 길 건너편에 위치한 윈(Wynn) 호텔을 둘러보기로 했다.


윈 호텔은 베가스 호텔계의 큰 손 스티브 윈(Steve Wynn)이 자신의 성을 따서 만든 초호와 리조트다.


어떤 호텔이길래 자기 이름으로 호텔을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실내에 들어가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각종 꽃으로 만든 장식을 비롯해서 회전목마 등으로 채워진 정원은 화렴함의 극치였다.


거기에 주욱 늘어선 각종 명품샵과 호텔 한켠에 있는 페라리/마세라티 딜러샵은 돈 많은 고객들의 지갑을 여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 이탈리아 베니스의 운하를 본 따서 만든 실내 운하

- 곤돌라를 타는 사람에게 노래도 불러준다.



윈 호텔을 나와 이번엔 팔라조/베네시안 (Palazzo/Venetian)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두 개의 호텔이 나란히 붙어 이태리를 테마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베네시안 호텔 안에는 베니스의 운하를 본따서 만들어진 운하가 흐르고 있고, 그 위에서 곤돌라를 탈 수도 있다.


천장에는 앞서 시저스 팰리스 에서도 보았던 것과 같은 하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실내에 있지만 실외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 조명이 아주 밝지는 않아서 살짝 어둑어둑한 초저녁의 느낌이 있다.



하도 돌아다녔더니 배도 고프고 해서 베네시안 호텔 안에 있는 카날레토(Canaletto) 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렀다.


마침 2시에 레스토랑 앞에 위치한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있다고 해서, 스테이지가 보이는 자리를 달라고 했다.


정면에 스테이지가 보이길래, 디너쇼 마냥 식사하면서 쇼를 볼 수 있겠군 싶었는데...


쇼가 시작하자마자 스테이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핸드폰으로 사진/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롯데월드 같은데서 보는 퍼레이드랑 비슷한 느낌이라 애써 위안을 삼았다.



- 어둠이 깔리며 스트립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 발리스 호텔 앞에서 본 에펠탑과 코스모폴리탄 호텔



식사를 마치고는 베네시안 호텔 한 켠에 있는 그랜드 카날 샵(The Grand Canal Shoppes)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시간이 5시 정도가 되어 스트립 이곳저곳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숙소 건너편에 있는 파리스(Paris) 호텔로 향했다.


외관이 상당히 근사해서 실내가 어떨지 궁금했다.



- 파리스 호텔 실내

- 왼편에 천장을 뚫고 내려온 철골 구조물이 에펠탑의 하단 부분이다.



사람숲을 헤치며 길 건너편의 벨라지오 분수쇼를 지나 에펠탑 앞에 도착했다.


모형으로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에펠탑도 이렇게 큰데 실제 파리에 있는 에펠탑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클지 궁금했다.


이 모형 에펠탑은 실제의 절반 크기라고 하는데, 원래는 실제 크기로 만들려고 했다가 공항이 너무 가까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축소했다고 한다.


이 에펠탑의 디자인이 재밌는 것은 에펠탑의 하단 부분이 호텔 안쪽의 지붕을 뚫고 내려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좀 특이할 뿐 파리스 내부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외부의 화려함에 비해 실내는 조잡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한바퀴 휙 둘러보고 바로 나왔다.



- 코스모폴리탄 호텔 카지노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 잠시 둘러봤던 코스모폴리탄 카지노를 지났다.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여러 호텔의 카지노를 둘러보고나니 코스모폴리탄의 카지노가 달라보였다.


확실히 다른 호텔보다 현대적이고 화려한 느낌이 확 느껴지는데, 호텔의 전체적인 테마가 카지노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재밌다.



-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 본 벨라지오 분수쇼

- 벨라지오 분수쇼는 매 번 쇼를 할 때 마다 음악에 맞춰 분수의 모양이 달라진다.



객실에 돌아와서는 바로 뻗어버렸다.


간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객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벨라지오 분수쇼를 보고는 바로 뻗어서 세시간을 죽은듯이 잤다.




9시쯤 일어나서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아주 늦은 저녁식사를 포럼샵 끝자락에 붙어있는 치즈케익팩토리(Cheesecake Factory)에 가서 해결하고, 스트립 북쪽에 위치한 프리미엄 아울렛(Las Vegas Premium Outlet - North)으로 향했다.


시저스 팰리스에서 택시를 잡아타고는 아울렛으로 향했는데, 신기하게도 택시기사가 미네소타 출신의 소말리아인 이었다.


지난달에 트윈시티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렇게 미네소타 출신을 만나니 반가웠다.


  * 참고 포스팅 ( 미네소타 가을 여행 - Day 2-1. 트윈 시티 )



택시를 타고 아울렛 주변에 도착했는데, 예상대로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는 난리통 이었다.


마침 동료 택시 기사들끼리 무전기로 떠드는게 들렸는데, 'Outlet is already very crowded with CRAZY shoppers.' 라는 말에 다같이 웃었다.



아울렛은 그리 작지 않은 규모였는데,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스트립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인이 참 많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한 것과 중국인 특유의 도박을 좋아하는 문화가 더해져 라스베가스 일대에서 큰 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라스베가스의 많은 호텔의 인테리어도 중국인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며 확실히 중국의 파워가 커졌음을 실감했다.


아울렛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는데 아쉽게도 버버리 매장은 닫혀져있다;;;


이럴줄 알았음 굳이 새벽에 오지 않았아도 됐는데 싶었다.



겨우 쇼핑을 마치고 새벽 4시가 다 되서야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밤새 켜놓는줄 알았는데 새벽 4시에는 에펠탑의 불도 꺼져있다.


다시 뻗어서 7시까지 기절했다.


정확히 24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Viva Las Vegas!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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