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겨울이면 제주감귤 한박스를 사다놓고 마루 한켠에 두고는 TV를 보며 쉴 새 없이 까먹던 기억이 있다.


앉은자리에서 열개도 넘게 까먹으며 한박스를 일주일도 안되서 해치우곤 했었고, 하도 까먹다보니 손에 노란물이 들기도 했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가격면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들 좋아하는 과일이 바로 감귤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먹던 제주감귤을 찾기가 힘들다.


종자도 다른 것 같고, 당연히 맛도 다르고 하니 한국 제주감귤 맛이 그리워지곤 한다.


가끔씩 비슷한 것을 찾는다고 클레멘타인(Clementine), 탠저린(Tangerine), 만다린(Mandarin) 등을 사보지만 얼추 비슷한 맛일 뿐 2%... 아니 한 10% 부족한 맛이다.


그래서 H Mart 같은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갈 때면 한국산 제주감귤이 있는지 확인해보곤 한다.


가끔씩 수입해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hmart.com

- 제주감귤 등 이번주 행사품목 전단지



이번에도 운 좋게도 제주감귤을 발견했다.


이런 횡재가 있나 싶어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십개를 봉지에 담아 사왔다.


집에 가서 한국에서 처럼 맛나게 까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생각보다 맛이 없다. 그리고 크기도 너무 자잘하다.


생각보다 당도가 너무 떨어지고 겉껍질이 마르고 있는게 느껴지는데 무척 실망스러웠다.


물 건너오느라 시간이 너무 지났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말 아니다.


제주감귤 이라는 이름만 믿고 수십개를 사왔는데 진심 돈 아까웠다.



그리고 마침 이번주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이영돈 PD가 제주 감귤에 대해서 다루는 것을 보게되었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 일부 감귤 농가에서 제대로 익지도 않은 감귤을 여러 공정을 거쳐 익은 것 처럼 만든다.

- 그 공정을 거치게 된 감귤은 그렇지 않은 감귤보다 더 빨리 신선도를 잃게 된다.

- 감귤의 크기에 따라 2호에서 8호까지만 유통시킬 수 있는데, 2호보다 작은 1호를 2호로 둔갑해서 팔기도 한다.


물론 모든 농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을 보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사온 감귤이 바로 2호에 섞어서 판다고 하는 1호 감귤 같았다.


개중에 좀 더 큰 녀석도 있긴 한데, 이렇게 자잘한 감귤이 태반이다;;;



- 이번에 한국마트에서 사온 제주감귤

- 가장 긴 쪽의 지름이 약 5cm 정도 된다.

- 제주 감귤은 2호(52mm~54mm)에서 8호(67mm~70mm) 까지만 유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귤은 아무리 좋게 봐도 2호가 될까말까한 아주 자잘한 크기다.



아래는 미국 마트에서 사온 만다린을 제주감귤과 비교해 본 사진이다.


- 왼쪽이 미국마트에서 사온 만다린, 오른쪽이 제주감귤

- 언뜻 봐도 만다린의 크기가 훨씬 크고 상태도 좋아보인다.



- 귤 안쪽의 모습이다.  겉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던 것 처럼 미국 만다린 상태가 훨씬 좋다.

- 제주감귤은 사온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벌써 껍질이 과육에 늘어붙은 듯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이번에 사온 감귤만 놓고 평가했을 때는 실망스러움 그 자체다.


도대체 이게 뭔가? 질도 안좋고 맛도 없고...


위의 사진에 나온 만다린은 한국감귤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것을 찾고 찾다 찾은건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 만다린은 신기할정도로 한국 제주감귤과 아주 흡사한 맛이다.)


일반적인 만다린, 클레멘타인, 탠저린 보다 무려 3배 정도 비싸기에 자주 사먹지는 않는데, 이번에 사온 제주감귤이 너무 형편없어서 그런지 비싸도 이걸로 사먹어야 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


나름 특별판매까지 하며 미국에 사는 한국인에게 제주감귤을 먹을 기회를 준 마트의 노력은 고맙지만, 상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먹고싶어도 먹지 못할 때,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에 실망할 때마다 한국에 가고싶다. ㅜㅜ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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