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다갈매기 하면 떠오르는 팀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미국의 바다갈매기는 서부의 씨애틀 씨헉스/씨호크스(Seattle Seahawks)다.


Seahawks는 1976년에 처음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구단이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퍼보울/슈퍼볼(Super Bowl)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 변방의 들러리같은 그런 구단이었다.


그렇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팀이 오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48회 수퍼보울(NFL Super Bowl XLVIII)은 정규시즌 공격 1위팀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와 수비 1위팀 씨애틀 씨헉스의 경기였다.


다시 말해 완벽한 창과 완벽한 방패가 만난 그런 특별한 경기였다.


브롱코스는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라는 백전노장 쿼터백이, 씨헉스는 이제 갓 NFL에 입문한 2년차 초짜 러셀 윌슨(Russel Wilson)이 쿼터백으로 나섰다.


참고로 러셀 윌슨은 위스콘신 주립대(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도 주전 쿼터백으로 뛴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다.



- 출처 : NFL

- 제 48회 수퍼보울



경기는 초반 브롱코스의 실책으로 인한 세이프티(Safety)로 씨헉스가 2점 앞선채로 시작됐다.


희한할 정도로 브롱코스는 허둥대며 손발이 맞지 않았고, 정규시즌 1위 공격력을 보여줬던 팀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씨헉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강한 수비력으로 브롱코스를 압박했고, 공격에서도 꾸준함을 보이며 차근차근 점수를 벌렸다.


하지만 수많은 공격기회에도 불구하고 1쿼터 내내 터치다운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8-0 으로 1쿼터를 마쳤다.



두드리고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은 2쿼터 초반 이뤄졌다.


씨헉스는 2쿼터 초반 고대하던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점수를 15-0 으로 벌리며 초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가만히 밀리고만 있을 브롱코스는 아니었다.


브롱코스는 2쿼터 10분30초 정도에야 처음으로 1st Down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처음으로 씨헉스 진영으로 진입해서 첫번째 득점을 노렸다.


필드골을 넣을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고, 드디어 점수를 내는가 싶었다.


하.지.만. 씨헉스의 라인배커(Linebacker) 말콤 스미스(Malcolm Smith)는 페이튼 매닝의 패스를 가로채서 반대쪽까지 달려 또 하나의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15-7 이 되어야 할 상황에서 느닷없이 22-0 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그리고 브롱코스는 전반 종료 직전 필드골을 포기하고 4th Down Conversion 갬블을 하다가 실패하며 전반을 무득점으로 초라하게 마쳤다.



후반 3쿼터가 되서도 씨헉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아니, 되레 더 불타오르며 두개의 추가 터치다운을 기록했고, 점수는 급기야 36-0 까지 벌어졌다.


전후반 전체 60분의 시간동안 44분이 지나도록 브롱코스는 단 1점도 내지 못했고, 사실상 3쿼터에 경기는 끝났다.



브롱코스는 3쿼터 종료 직전 가까스로 터치다운을 하나 성공시켰고, 2-point Conversion 에 성공하며 8득점을 했다.


그리고 그 8득점이 오늘 브롱코스가 득점한 처음이자 마지막 득점이었다.


4쿼터에 씨헉스는 쐐기를 박는 터치다운을 성공시켰고, 경기는 43-8로 끝났다.



경기의 전체적인 기록만 놓고 살펴보면 브롱코스와 씨헉스는 아주 큰 차이는 없다.


볼 점유시간도 비슷하고, 전체 전진야드도 비슷했고, 1st Down 도 18회로 똑같았다.


심지어 패스거리만 놓고 보면 매닝이 더 멀리 던졌고, 페널티도 씨헉스가 훨씬 더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브롱코스는 턴오버가 4개가 있었다.  그리고 그 턴오버는 매우 결정적인 실수였다.


특히 2쿼터에 있었던 스미스의 인터셉션은 브롱코스의 추격의지를 끊어놓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스미스는 이 인터셉션으로 라인배커 포지션 선수로서는 역대 3번째로 수퍼보울 MVP로 뽑히는 영예를 얻었다.

(주로 수퍼보울 MVP는 쿼터백이 받는다.

 예전에 한국계 하인즈워드가 와이드리시버로 MVP를 수상했을 때도 특별한 경우였다.)



- 출처 : king5.com

- 씨애틀 씨헉스의 팬덤인 12th Man



씨헉스가 특별했던 점은 또 있다.


감독인 피트 캐롤(Pete Carroll)은 부임한지 4년만에 팀을 우승까지 시켰는데, 그는 지금까지 거의 대학리그 수준의 감독으로만 평가받던 감독이었다.


그리고 쿼터백 러셀 윌슨 역시 쿼터백 치고는 난쟁이 수준으로 작아서 장신이 바글바글한 프로리그에서는 대학리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챔피언은 커녕 1년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하던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랬던 그가 챔피언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그렇게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무시당했던 두 명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팀을 우승까지 시켰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최고의 팀웍으로 열심히 했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경기 후 인터뷰에서 12번째 선수(12th Man)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씨헉스에서 12번째 선수는 팬을 지칭하는 표현인데, 한국의 바다갈매기만큼 미국판 바다갈매기 역시 후끈한 팬심으로 유명하다.



경기 후, 위스콘신 주립대 출신 배저(Badgers) 두 명이 만나서 서로를 격려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씨헉스의 러셀 윌슨과 브롱코스의 몬티 볼(Montee Ball)은 모두 위스콘신 주립대 출신인데, 대학리그에서 같이 뛰던 동지 둘이서 수퍼보울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서 만났던 것이다.


한편 하프타임 공연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브루노 마스, 그리고 레드핫칠리페퍼스가 합동 공연을 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브루노 마스 노래 참 좋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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