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을 하다가 친구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학회가 있었다고 '체크인'을 한 기록을 보게되었다.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세브란스 병원 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진적이 없었고, 만약 이번에도 한글 병원명만 표시되어져 있었다면 그냥 예전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은 서울대병원 처럼 고유명사이고, 당연히 영어겠지만 영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이 줄곧 들어왔던 병원인데...
에피소드의 발단은 페이스북에 나온 세브란스 병원의 영문명 때문이었다.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로고
- 출처 : 연세 세브란스 병원
세브란스의 영문명이 Severance...
미국에서 직장생활하다보니 이 단어가 아주 섬뜩하게 다가온 것이다.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리고 스펠링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해 보았다.
미국에서 Severance라는 단어는 직장에서 퇴사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발음은 세브란스가 아닌 쎄버런스에 가깝다.)
쉽게 말해 퇴직 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의 퇴직금 같은 명목으로 받는 것을 Severance Package 라고 하는데,
적게는 몇 달 동안의 월급에서 많게는 몇 년 동안의 월급과 의료보험 등을 제공하며 다음 직장을 찾을 때까지 사용하라는 회사에서의 마지막 배려같은 것이다.
- 출처 :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의 마지막 장면 중
- 잡지사 LIFE 에서 Severance Package 를 받는 장면
위의 장면은 영화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의 마지막 장면 중 일부다.
잡지사 LIFE 가 구조조정을 하며 상당수의 인력이 퇴사를 해야하는데, 이들이 회사에 마지막으로 출근해서 Severance Package 를 받는 모습이다.
아마 미국 직장에서 가장 씁쓸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연세 세브란스 병원 = 연세 퇴직 병원??? 정말 이상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 영화 Severance 의 한국판 포스터
- 출처 : impawards.com
또한 영국에서 나온 영화 중 Severance 라는 영화도 있었다.
Severance 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인 잘려나감/절단 등의 의미가 사용 된 것이다.
뒤늦게 인터넷을 검색하다 찾은 내용 중 세브란스 병원이 이 영화 때문에 기분이 안좋았던 적이 있었나보다.
아무래도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병원이 주는 이미지와 이 영화의 느낌이 상반되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절단 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몸이 잘려나가는 것이라는 의미도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는 아닐 수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상태의 단절'을 뜻할 수도 있기에 세브란스 병원이라는 의미가 '누군가와 작별' 하는 병원...
역시나 이상한 이름이다.
물론 한국의 연세 세브란스 병원은 위에서 언급한 Severance 의 사전적 의미와 전혀 관계가 없다.
연세 세브란스의 Severance 는 미국의 Louis Henry Severance 의 성을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Louis Henry Severance는 록펠러(Rockefeller/라카펠러)가 만든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이라는 회사의 창업멤버 중 하나로 억만장자였고, 조선의 광혜원에 기부를 하며 광혜원이 그의 이름을 딴 세브란스 병원으로 개명을 한 것이다.
- 이 노신사가 세브란스 병원의 후원인인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 (Louis Henry Severance)
- 출처 : pressian.com
참 우연한 계기로 잠시 놀랐다.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전혀 몰랐을 수도 있을 단어인데,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니 정말 무서우면서도 꼭 알아야 하는 단어이니...
|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스콘신의 모든 것 - (4) 금요일에 먹는 Fish Fry (0) | 2014.05.27 |
---|---|
미국에 프로그래머가 부족한 이유 (4) | 2014.04.14 |
인맥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미국 (4) | 2014.03.17 |
미국 중서부의 기록적인 한파로 얼어붙은 5대호 (5) | 2014.02.24 |
하루종일 쓰담쓰담을 해달라는 Roxy (2) | 201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