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밤비노가 떠나기 전까지 리그 최강의 팀이었던 보스턴 레드삭스.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팔아버린 1920년 이후, '밤비노의 저주'로 인해 20세기 내내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던 불운을 이제는 정말로 훌훌 털어버렸다.


그것도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에서 95년 만에...



21세기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 우승이다.


2004년, 2007년, 그리고 2013년.


지구 최대 라이벌인 양키스가 21세기에 두차례 우승한 것보다 더 많다.


게다가 레드삭스는 작년엔 지구 최하위였었기에,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



포스트시즌 최고의 신데렐라는 누가 뭐래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클 와카(Michael Wacha)다.


올해 고작 21세의 루키.


정규시즌에는 쉘비 밀러 라는 걸출한 팀동료에 가려져있던 그가, 포스트시즌에는 선발진을 꿰차며 카디널스를 월드시리즈까지 끌고왔다.


그런 와카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철저하게 무너졌다.



와카는 오늘도 불같은 강속구를 뿌려댔지만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내내 침묵하던 타선은 오늘 와카를 상대로 6득점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그동안은 월드시리즈 타율 7할3푼3리로 불방망이를 휘둘러대던 오티즈만 걱정하면 됐는데, 오늘은 오티즈만 있는게 아녔다.


물론 빅파피 오티즈는 오늘도 볼넷 1개, 고의볼넷 3개로 무려 4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2득점까지 했다.

(아쉽게도 유일한 타석에서 삼진을 당해 월드시리즈 최종 타율은 6할8푼8리로 떨어지며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


오티즈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다른 타자를 잡으려는 카디널스의 작전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이는 패착이었다.



- 출처 : catholicvote.org

- 보스턴 스트롱 로고



경기 내용을 정리해보면 카디널스는 안타 9개, 레드삭스는 안타 8개를 쳤다.


안타 수만 보면 카디널스가 앞서지만, 레드삭스는 오티즈(4개) 포함 7개의 볼넷을 얻었다.


그리고 레드삭스는 전체 안타수보다 더 중요한 적시타(Timely hit)가 제대로 터져줬다.


카디널스는 7회 단 한차례를 빼고는 적시타가 없었고, 데스칼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


이미 초반부터 일찌감치 주도권을 가지고 분위기를 이끌던 레드삭스는 끝까지 카디널스의 타선을 꽁꽁 묶으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줬다.



경기 중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무려 65년 동안, 펜웨이 파크에서 있었던 레드삭스의 전경기를 관람해 온 아더 디안젤로(Arthur D'Angelo) 라는 팬을 조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미 88세의 고령이라는 그는 살아생전 드디어 펜웨이 파크에서 레드삭스의 우승을 보게되는 것 이었다.


열혈 팬의 입장에서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을 것 같다.



또한 레드삭스는 올 4월에 있었던 보스턴 마라톤 참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기억했다.


사고 이후 펜웨이 파크 외야에 Boston Strong 이라는 문구를 새기며 아픔을 함께했었기에 월드시리즈 우승은 더욱 더 의미있었다.


선수들은 유니폼 좌측 소매에 Boston Strong 로고를 붙이고 보스턴 시민들과 함께 뛰었다.


미국에 살면서 계속 느끼는 것 이지만, 미국은 이런식으로 스포츠 같은데서도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참 잘한다.


참 보기 좋으면서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당연히 예상됐지만 월드시리즈 MVP 로는 데이빗 오티즈(David Ortiz)가 뽑혔다.


오티즈는 양키스 선수 이외에는 흔히 경험하기 힘든 개인 통산 세번째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빅리그는 참 박 터지는 곳이다.


작년 우승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해 지구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고,


반대로 레드삭스는 꼴찌에서 챔피온으로 등극을 하는 롤러코스터 라이드를 했다.


과연 내년엔 어떤 꼴찌가 반란을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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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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