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영어시간에 'The + 형용사'는 '형용사 + People' 이라고 배웠다.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Les Miserables, The Miserable)은 글자 그대로 삶이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얼마나 비참하고 불쌍한 이야기를 그렸길래 제목이 비참한 사람들일까.




이 영화는 19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원작 소설을 리메이크한 뮤지컬(Musical)을 다시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원작소설의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2시간반 정도의 러닝타임(Running Time)동안 노래로만 풀어가는 뮤지컬은

그 자체로도 걸작으로 꼽을 수 있다.


일반적인 뮤지컬이 대사-노래-대사-노래 를 반복하는 구성인데 비해, 레 미제라블은 99.9% 노래로만 극이 구성된다.



처음 이 뮤지컬을 접했을 때, 약간은 당황스러울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노래를 부르다보니


보통의 뮤지컬에 있는 테마송이나 멜로디라인이 무엇인지 한 번의 관람으로는 알아채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2시간반 정도의 러닝타임이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내용을 다 담아내기가 쉽지 않아


원작의 내용을 잘 알고있지 않으면 극의 전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100%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미 흥행에 성공한 맘마미아! 같은 영화도 있지만 이 영화는 희극이고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였는데 비해.


레 미제라블은 내용도 우울하고 분위기도 우울한 정말 무겁고 먹먹한 비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 끝난 후 진하게 남는 여운과 벅찬 감동은 뭐라고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


그만큼 사람의 심금을 울릴만한 노래를 잘 만들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노래마다 각자 뚜렷한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노래끼리 멜로디 라인이 잘 어울린다.


약간씩 멜로디라인이 공유되기는 하지만 노래마다 변화(Tweak)를 주면서 각 노래의 특징을 살려낸다.


이쪽에 문외한인 사람이 들어도 노래를 정말 잘 만들었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뮤지컬의 장점을 십분 살려 만든 영화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세세한 감정선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뮤지컬에서 배우는 뒤쪽에 앉아있는 관객에게도 똑똑히 들리도록 성량을 키워야 하다보니 노래할 때


감정을 충분히 싣기 힘든데 비해 영화에서는 강약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서 캐릭터의 상황을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뮤지컬은 라이브 라는 특성상 감정이 폭발할 경우 계속되는 장면에서 노래를 이어가기 힘들 수도 있기에


어느정도 감정을 절제할 필요가 있지만 영화는 한 씬(Scene)씩 끊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더 확실하게


감정을 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뮤지컬에서는 스테이지(Stage)에서 묘사하기 힘든 장면을 영화에서는 다양한 장면 전환을 통해 훨씬


생생하게 내용을 전달하므로 관객의 이해가 쉽다.



영화 전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휴 잭맨(Hugh Jackman)은 말 할 것도 없고.


너무나 구슬프게 I dreamed a dream 을 부르는 앤 해써웨이(Anne Hathaway)는 짧은 등장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미 영화 맘마미아(Mamma Mia!)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던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역시 너무나 사랑스럽고.


글래디에이터(Gladiator)의 강한 전사일 것만 같았던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도 수준급의 가창력을 선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진짜로 저 사람들이 부른거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포닌(Éponine) 역할로 나오는 사만다 발크스(Samantha Barks)는


뮤지컬에서도 같은 역할로 열연을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상을 구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굶어 죽어가는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Jean Valjean)이 장기간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 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작부터 법이 통치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자베르(Javert) 경감과 장발장의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자베르 경감의 관점은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고. 죄인은 절대 악이고 선으로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발장 또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절망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선(善)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우연히 미리엘 주교의 도움을 받고 선한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미리엘 주교가 건네 준 은을 사용하여 큰 돈을 벌고 시장(Mayor)의 자리까지 올라간 장발장.


장발장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판틴(Fantine)에게는 코셋(Cosette) 이라는 사생아 딸이 있다.


이게 트집이 잡혀 공장에서 쫓겨나게 되고.


코셋을 키우며 생긴 빚을 갚기 위해 거리의 창녀로 변한 판틴은 죽기 전 장발장을 다시 만나 자기의 딸을 부탁한다.


마침 자베르 경감이 시장으로 변한 장발장을 의심하던 차에 도망쳤던 장발장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 사실을 들은 진짜 장발장은 잡힌 가짜 장발장을 위해 법정에 나타나 자신의 정체를 밝힌 후 다시 도망친다.


그리고 바로 코셋을 찾아가 양아버지가 된다.



몇 년 후, 프랑스의 시민혁명을 위해 청년들이 모였다.


왕이 바뀌어도 기득권층은 서민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청년 중 하나인 마리우스(Marius)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코셋과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안 장발장은 자신의 보물 코셋이 사랑에 빠진 것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보내줘야 한다고 느낀다.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이포닌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떠난다.


대상은 다르지만 두가지 삼각관계(Love Triangle)가 등장한다.



시민혁명군과 관군이 대립하고 싸우는 동안 장발장은 두 사람을 구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을 평생 쫓아 온 자베르 경감이고. 다른 하나는 코셋이 사랑하는 마리우스다.


자베르 경감은 시민혁명군에 잡혀 죽을 목숨이었는데 장발장은 파리목숨인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보낸다.


살아 돌아간 자베르 경감은 중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살리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장발장과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자신이 절대 악(惡)으로 여겨 온 장발장의 선행을 보고 한 번 죄인은 평생 죄인일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큰 혼란을 갖고 다리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다.



장발장 덕분에 목숨을 건진 마리우스는 꿈에 그리던 코셋과 결혼을 하게 되고.


장발장은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코셋이 알게되는 것을 원치 않아 코셋을 떠나게 된다.


떠나기 전, 코셋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한 자신의 정체를 마리우스에게 밝히게 된다.


마리우스는 결혼식날 우연하게 자신을 병원에 데려다 준 은인이 장발장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장발장이 생을 마감하는 자리에 찾아가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한국과 미국의 대선과 영화의 개봉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빈익빈 부익부를 재창출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서민의 분노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배경으로 나오는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French Revolution)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왕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여전히 기득권층은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만 펼치게 되고


시민은 여전히 비참하고 절망에 빠져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게 그려진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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