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 중 영국 방송사 채널4의 지상최고의쇼(The Greatest Shows on Earth)와 관련 된 기사가 있다.


올해 초 무한도전 '명수는 열두살' 에피소드에서 데이지 도노번(Daisy Donovan)이라는 영국 방송인이 찾아와 무한도전 팀과 함께 방송을 한 것과 관련된 것이다.


80년대 초등학생 이라는 설정으로 했던 콩트 였는데...



- 출처 : Channel4 : The Greatest Shows on Earth, Episode 4, South Korea

- 데이지 도노번



이슈가 되는 문제는 한국에서 협조받아 촬영하고 돌아가서는 막상 본방에서는 '유머코드를 이해할 수 없고, 몸개그 위주의 코미디이기에 자기도 웃길 수 있겠다' 면서 무한도전을 무시했다는 것 때문이다.


무한도전 김태호PD가 어떤식으로 방송협조 요청을 받고 촬영을 도와줬는지는 몰라도, 만약 최고의 연예프로라고 들어 영국에도 소개하고 싶다고 촬영을 왔다고 띄워주고 돌아서서는 뒤통수 친 것 이라면 상도가 없는 것이다.


만약, 흠집내기를 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왜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까?


무한도전을 지금까지 단 한 편도 빠지지 않고 모두 다 챙겨 본 일명 '무도빠'의 입장에서 왜 영국방송에서 그런식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생각해보았다.



- 영국 채널4의 지상 최고의 쇼 한국 편 중

- 데이지 도너번은 뭔가 당황스런 표정과 말투로 무한도전의 유머코드를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첫째, 무한도전 재미의 절반은 자막이 차지한다.


무한도전을 좋아하고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유재석을 포함한 출연자들이 웃음을 주려는 노력도 높이 평가하지만, 김태호 PD를 비롯한 연출진의 자막센스에서도 재미를 찾는다.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자막을 적소적시에 입히며 쇼의 재미를 배가 하는 것은 무도 팬이라면 모두 공감할 일이다.


심지어 무도 멤버들도 종종 촬영장에 구경오는 팬들에게 '우리 촬영하는거 보면 재미없죠? 자막이 있어야 재밌어.' 라며 농담조로 얘기하곤 한다.


몸개그/슬랩스틱을 비롯한 무도 멤버들의 노력은 자막이 있어야 비로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채널4 촬영팀은 무한도전 특유의 센스있는 자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무한도전은 캐릭터 쇼다.


벌써 7년여를 넘게 수백편의 에피소드를 방송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멤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았다.


그런 멤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무한도전의 힘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무한도전의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한도전을 볼 때는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저 시끄럽기만 하고 바보짓을 하는 7인의 아무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팬덤인 젊은층이 아닌 중장년층에게 무한도전이 어필하기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꾸준히 봐야 이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채널4 촬영팀은 이들의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해괴망칙한 슬랩스틱과 바보짓의 연속으로만 이해했으리라 보인다.



셋째,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이기에 인기가 있다.


무한도전을 필두로 리얼버라이어티쇼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어떤 리얼버라이어티쇼가 나와도 무한도전의 아류로 평가되며 폄하되기도 했다.


만약, 채널4 촬영팀이 무한도전이 아니라 1박2일, 남자의자격, 무한걸스 등에서 '명수는 열두살' 같은 콩트로 촬영한 후에 지금과 같은 평가를 했다면 어땠을까?


한국을 폄하하는 듯한 뉘앙스가 기분 나쁠지는 몰라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지금보다는 덜 격앙되게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넷째, '명수는 열두살'은 무한도전의 수많은 포맷 중 하나일 뿐이다.


무한도전의 인기는 매 번 새로운 포맷으로 에피소드를 꾸려가는데 있다.


물론 긴 세월동안 수백편의 에피소드를 하며 분명 겹치는 포맷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매 특집마다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것은 변함 없다.


이 것이 무한도전 팬들이 무한도전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대다수의 여타 다른 연예프로에서 하나의 포맷의 반응이 좋을 경우, 그 포맷을 가능한 유지하는 일명 우려먹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 중 '명수는 열두살' 이라는 특집은 멤버들이 초등학생 동심으로 돌아가 연기하는 컨셉으로써, 가능한 철없고 바보같이 연기해야 한다.


하필이면 채널4 촬영팀은 멤버들이 평소보다 더 철없고 더 바보같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무한도전의 유머코드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


영국 채널4 방송에서는 무한도전의 다양한 도전 과제를 짤막짤막하게 보여주며 소개해 주기는 했지만, 편집을 위해 방송의 아주 일부분만을 보았을 것 이다.




아직 이 쇼의 다른 에피소드를 다 본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떤 의도로 방송을 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채널4 홈페이지의 자료를 보면, 무한도전에 대한 조명은 쇼의 일부분일 뿐이고, 한국의 다른 모습들(대부분 TV쇼)도 다양한 각도에서 영국인의 관점으로 평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한국의 좋은모습도 나오기 때문에 이 쇼가 단순히 한국을 폄하하기 위한 쇼는 아니라고 보인다.


다시 말해, '감히 무한도전의 유머코드를 이해 못하겠다고 까는건가? 지들 유머코드는 뭐 대단한줄 아는건가?' 하는 것은 쇼의 일부분만을 보고 흥분하는 것이다.


물론, 스탭들이 힘든 일을 하며 자기도 모르게 나온 욕을 자막까지 입히며 방송에 내보낸 것은 기분나쁘다.



일본의 특급 연예인 중 쿠사나기 쯔요시 라는 연예인이 있다.


한국에서는 초난강으로 알려진 연예인인데, 여러차례 한국 방송에도 출연하며 우리에게는 친근한 연예인이다.


가끔은 일본식 개그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한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전혀 이해하기 힘든 개그도 있다.


분명 일본에서는 빵빵 터지는 유머코드 라는데, 음....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유머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일본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일본의 특급 연예인을 무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찬가지로 영국식 유머와 한국식 유머는 다를 수 있고, 데이지 도노번은 한국식 유머코드가 이해하기 힘들었나보다.



무한도전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 해서 북경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다.


가끔 다른 무도 에피소드에도 나오지만 정형돈의 중국인 스러움을 강조해서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북경스타일 에서도 그런 대륙스러움을 극대화 시키며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것 인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재밌는 장면이지만, 일부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볼 때는 썩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무도의 메인 타겟은 한국인 이기에, 한국인의 관점에서 재밌을만한 유머코드를 삽입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국 TV쇼 에서는 영국인의 관점으로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쇼를 만들었을 것 이다.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 나오는게 좋아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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