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아칼라(Haleakala Crater) 정상에서의 감동을 뒤로하고, 하나로 가는 길(The Road to Hana) 이다.


먼저 하고싶은 말은,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일정은 말도 안되는 일정이다.



새벽 2시 30분 쯤 호텔에서 떠났으니, 못해도 1시 30분에는 일어나서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왔을 때 8시 30분 정도 되었다.


호텔에서 나온지 이미 6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왕복 5시간 정도를 더 운전해야 한다.


그것도 할레아칼라 분화구를 오르내렸던 길보다 더 험한 길을 말이다.


하루종일 끝없는 'S'자 난코스 구간을 9시간 가까이 운전하는 것은 생각 그 이상으로 힘들다.


만약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두 명 이상일 경우엔 괜찮겠지만, 혼자라면 정말 힘들다.


그리고 워낙 길이 험하니 멀미하는 사람은 멀미약을 챙길 필요가 있다.



보통 한국인들은 마우이에 3일 이상 일정을 잡지 않기 때문에 우리처럼 할레아칼라와 하나로 가는 길 일정을 하루에 잡기도 하지만, 이 일정은 솔직히 비추다.


만약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하나로 가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어제 ABC Store 에서 샀던 샌드위치와 파인애플을 먹으며 경치를 감상했다.


다시금 느끼지만 하와이 파인애플은 정말 맛있다.


그리고 쉬엄쉬엄 산 아래로 내려와 두갈래 길을 만났다.


한 쪽은 37번 도로를 타서 카훌루이(Kahului) 근처까지 갔다가 36번 도로로 하나까지 가는 방법인데, 빙 돌아가지만 큰 길이다.


다른 한 쪽인 365번 도로는 좁은 길이지만 거리상으로는 훨씬 짧은 길이다.


혼자 운전해야 했기에 후자인 짧은 거리를 택했으나, 하나에서 돌아올 때 36번 도로로 돌아오며 느낀 점은 확실히 큰 길이 운전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365번 도로는 36번 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국도라고는 생각했지만 상당히 험하다.


구불구불하고 왕복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바뀌기를 반복하는데, '하나로 가는 길'의 맛보기 버전이랄까?


게다가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져 온다.


이대로는 위험할 것 같아서 중간에 쉬어갈만한 공터가 있어서 잠시 차를 대놓고 두시간쯤 눈을 붙였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하늘이 잔뜩 흐리다.


'하나로 가는 길'은 일년 내내 비가 온다고 하던데 역시나 이내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마다 비가 와서 그런건지 표지판이 다 삭아서 성한게 하나도 없다.



'하나로 가는 길' 중 험난한 길은 대략 30 마일(약 50 km) 정도 되는데 변수 없이 쉬지 않고 운전만 해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하지만 워낙 험한 길이다 보니 개중에는 서행하는 차들이 있고, 그런 차들 때문에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게다가 굽이굽이 길을 가다보면 여러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는 모두 1차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이 먼저 지나가야 반대편 쪽에서 오는 차가 지나갈 수 있다.


당연히 중간중간에 멋진 풍경이 있는 곳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잠시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경치를 감상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1시간 30분 거리가 2~3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여행 전에 많은 자료를 공부하면서도 의아했지만, '하나로 가는 길'의 목적지인 하나에 대한 정보는 그닥 많지 않았다.


정말 유명한데 비해 왜 그렇게 정보가 빈약한가 했는데, 직접 경험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하나로 가는 길'의 여행포인트는 '하나로 가는 길'이 아니라 '하나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영어로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운데, The Road to Hana 에서 강조하는 것은 The Road 다.


이 험난한 굽이굽이 산 길 그 자체가 볼거리다.



마치 원시림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정말 아름답다.


곳곳에 폭포도 있고,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온갖 종류의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있는데, 이건 직접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워낙 힘들고 오래 걸려서 헬리콥터로 하는 투어도 있긴 한데, 이건 오래 걸려도 직접 그 길을 따라가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하나로 가는 길

- 원시림을 보는 듯한 절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 뭉개구름이 동동 떠있는 것이 수면 위에 비친다.



그런데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점이 있다.


볼 수 있는 풍경이 매우 제한적 이라는 것이다.


워낙 험준한 길이라 경치를 감상하는 호사는 커녕 바쁘게 운전대를 돌리기에 정신 없다.


정면으로 보이는 절경에 감탄 하면서도 바로 튀어나오는 급커브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가끔씩 전망좋은곳(Lookout)에 차를 정차 시켜놓고 경치를 감상할 때면, '이런 경치를 지금껏 놓치면서 왔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그런 멋진 경치도 계속 보다보면 무뎌진다.


하나까지 2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데, 굳이 하나를 지나서 더 멀리가거나, 하나에서 뭔가를 할 것이 아니라면 중간에 차를 돌려도 무방하다.


정말 멋진 풍경이지만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하기도 했지만 '하나'라는 도시 그 자체는 특별히 볼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충분히 구경했다 싶으면 차를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 하나 해변

-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일단 우리는 하나까지 갔다.


그리고 하나에 있는 해변에서 잠시 쉬면서 점심을 해결했다.


고운 모래 해변도 있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인데, 워낙 고생하면서 와서 그런지 뭔가 허무하다.


마음 같아서는 바다에 몸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씻을 곳도 마땅치 않은데 그 몸으로 다시 2시간 넘게 운전하는 것도 말이 안되니 이래저래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것이 좀 허무하다.



- Hana Farms 라는 가게

- 바나나빵이 맛있었다.



하나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이 꽤 있다.


우리는 바나나빵(Banana Bread)과 음료수를 사먹었는데, 별 기대없이 샀던 바나나빵이 참 맛있었다.


그런데 오전에 비가 와서 그런지 모기가 극성이다.


바나나빵 사는 3분여 동안 수십군데 물린 것 같다.


마우이 서쪽과 남쪽은 모기도 별로 없는 것 같던데, 이 조그만 섬의 기후와 환경이 장소마다 이렇게 다른게 신기하다.



차를 돌려 돌아오는 길에는 중간에 폭포에 들렀다.


운전 중에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폭포 아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가보려고 잠시 차를 주차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길이 없다.


우연히 지나가던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 다리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런데 다시 봐도 길이 없다;;;


한국이라면 이런 관광지를 개발할 만도 한데, 여기는 보호하려고 그랬는지 어쩐건지 폭포까지 가는 길도 없다.



- Upper Waikani Falls

- 세 갈래로 떨어지는 폭포가 인상적이다.

- 폭포 아래에 있는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결국 나무를 붙잡고 바윗돌을 밟아가며 길 아닌 길을 찾아 폭포까지 갔다.


역시나 폭포 아래에는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몰로키니에서도 느꼈지만 다시금 수영을 잘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머릿속에서는 멋지게 수영을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현실은 조금만 깊어져도 허우적 거린다.


안전요원이고 뭐고 아무도 없는 곳이니 머리가 잠기지 않는 곳에서만 안전하게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폭포는 꽤나 유명한 Upper Waikani Falls 라는 폭포였다.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에덴동산식물원(Garden of Eden Arboretum) 이라는 곳이 있었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이 식물원은 4시 까지만 연다고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하나로 가는 길에 있는 상점이나 관광지는 거의 다 4시에 문을 닫는다.)


문 닫을 시간 다 되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는 뭔가 특별해 보여서 입장을 했는데, 잘 한 결정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마치 식물원 전체를 우리가 통으로 빌린 느낌이랄까?


게다가 각종 나무와 꽃에 이름표가 달려있어서, 마우이에서 보았던 식물들의 모습과 이름을 매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Lookout 이 있어서 하나로 가는 길의 절경을 편안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곳도 그늘진 곳은 모기떼가 극성이었다.


결국 시간도 없고 모기도 두렵고 해서 식물원의 그늘진 곳은 가보지도 못했다;;;



돌아오는 36번 길은 해안도로였다.


절벽으로 아래로 펼쳐진 바다와 부서지는 파도가 예술이다.


어디 잠깐 차를 세워놓고 보고싶은데 여긴 차 댈 곳이 마땅찮다.


중간중간 있는 주차장은 이미 가득 차 있어서 주차장만 두어번 돌다가 나왔다.



결국 운전하는 중에 눈으로만 담고 숙소로 돌아왔다.


몸은 정말 피곤한데 내일 마우이를 떠나려니 마우이에서의 남은 시간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무리하다가는 남은 일정을 다 망칠 것 같아서 숙소에서 푹 쉬기로 결정.


숙소에 있는 수영장에서 라이브음악을 들으며 수영도 하고.


호텔에서 제공해 준 샴페인으로 아내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마우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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