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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15.
댈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홈구장 카우보이스 스태디움(Cowboys Stadium)에서 엄청난 경기가 열렸다.
경기의 주인공은 카우보이스와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
시즌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지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두 팀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카우보이스는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NFC 동부지구 1위 자리를 놓고 박빙이고, 패커스 역시 NFC 북부지구에서 반게임차 3위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다.
미국 스포츠 중계사 Fox Sports 역시 이 경기를 '이 주의 경기(Game of the Week)' 로 선정하고 깊은 관심을 가졌다.
텍사스와 그린베이 패커스는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3년 전 45회 수퍼보울 에서 패커스는 이 곳 카우보이스 스태디움에서 챔피언으로 등극했었다.
그리고 최근 패커스를 이끌고 있는 쿼터백 맷 플린(Matt Flynn)은 텍사스 출신이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상대전적인데, 패커스는 1989년 12월 이후 단 한차례도 카우보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이긴적이 없다.
패커스는 오늘도 주전 쿼터백 아론 로저스(Aaron Rodgers)가 결장했다.
목요일까지 출전이 확실시 된다고 했었는데, CT촬영 정밀검사를 한 후 팀닥터가 출전불가 결정을 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선발 쿼터백은 맷 플린 이었다.
맷 플린 개인으로서는 오랜만에 가족들 앞에서 NFL 선발로 뛰는 영예로운 자리였다.
하.지.만.
경기는 일방적이고 또 너무나도 싱거울 정도로 압도적인 카우보이스의 분위기였다.
1쿼터가 시작하자마자 양 팀의 첫 공격권에서 나란히 필드골을 성공해 3-3 으로 경기를 시작한 것 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 전반내내 필드골 3개와 터치다운 2개로 카우보이스가 득점하는 동안 패커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댈러스에 관광온 느낌이었다.
결국 패커스는 3-26 으로 무려 23점을 뒤쳐진 상태에서 전반을 마쳤다.
플린은 전반 내내 눈에 띄는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고, 두차례 쌕(Sack)과 인터셉션까지 당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힘들어했다.
개인적으로도 패커스 팬으로서 너무나도 무기력한 패커스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랬던 패커스와 플린이 후반전엔 이를 갈고 나왔나보다.
3쿼터를 시작하자마자 채 2분도 되지 않아 경기 첫번째 터치다운을 성공시켰고, 이후 후반에 가졌던 다섯번의 공격권에서 모두 터치다운을 성공하는 등 말도 안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 마지막 1분 30 여초의 가비지타임/Garbage Time 공격권은 제외)
후반에 연속으로 3번의 터치다운을 성공하는 동안 카우보이스는 필드골 하나를 추가하는데 그쳤고, 경기는 23점차에서 어느새 단 5점차가 되었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완승으로 끝날줄 알았던 경기가 갑자기 한 골 승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패커스의 기세에 눌린 것인지 뭐에 홀린듯이 카우보이스가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던 순간 카우보이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주심의 오심 이었다.
경기 종료 10 분여를 남겨두고 카우보이스는 심기일전하고 점수차를 벌리려 했다.
그런데 서두른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토니 로모(Tony Romo)의 공이 패커스의 수비수 트래몬 윌리엄스(Tramon Williams)의 품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인터셉션이 되는줄 알았는데 공이 바닥에 살짝 닿았다고 판정이나며 패스실패로 다시 카우보이스 공격상황.
그런데 이번엔 또 라인배커(Linebacker)가 움찔하며 부정시작(False Start) 파울을 저지르는 것 이었다.
3rd&5(세번째 시도에서 5야드 남은 상황)인데 3rd&10 이 되야하는 순간..... 그런데 어이없게도 주심은 패커스의 오프사이드(Offside/Encroachment)를 선언한 것이다.
주심 바로 앞에서 카우보이스의 반칙이 나왔는데, 어떻게 그걸 못보고 반대로 Flag를 던졌는지 당췌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5야드 페널티를 받으며 자동적으로 1st&10 으로 공격기회도 리셋되었다.
인터셉션 실패와 주심의 오심에 상승기세가 꺾인 것인지, 패커스의 수비진은 갑자기 허둥대기 시작했고, 카우보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후반 첫번째 터치다운까지 성공시키며 단숨에 12점차로 점수를 벌렸다.
그렇게 8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패커스는 다시 한 번 차근차근히 전진해서 또 하나의 터치다운을 성공시켰고, 약 4분여 밖에 남지 않은 짧은 시간이지만 온사이드킥으로 모험을 하지 않고 마지막 기회를 노리며 정공을 시도했다.
카우보이스가 러슁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버리면 이대로 맥없이 경기가 끝날 수도 있었지만, 맥카시 감독은 패커스의 수비진을 믿었나보다.
감독의 믿음에 부응이라도 한 것은지 그 순간 또 다시 로모의 공이 패커스의 수비수 샘 쉴즈(Sam Shields)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번에는 빼도박도 못하는 완벽한 인터셉션.
후반 내내 모든 공격권에서 터치다운을 성공했던 패커스는 이번에도 마법같이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에 23점차까지 뒤지던 점수차가 종료 1분 30 여초를 남긴 상황에서 1점차로 역전된 것이다.
(3점차로 만들어 연장전을 대비하려던 패커스의 2-Point Conversion 은 실패)
- 출처 : espn.com
- 로모의 패스를 공중에서 낚아채는 트레몬 윌리엄스
그렇지만 카우보이스는 필드골 하나면 재역전이 가능했고, 1분 30초 정도면 필드골 거리까지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을 가진 팀 이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로모의 패스가 또 다시 패커스의 수비수 트레몬 윌리엄스 에게로 날아갔다.
10분 전, 아깝게도 인터셉션을 실패했던 윌리엄스는 이번에는 기어코 공을 땅에 닿지 않게하며 공중에서 공을 낚아챘다.
그.런.데.
이게 또 뭔가? 주심이 공이 땅에 닿았다며 또 다시 패스실패라고 선언했다.
윌리엄스는 펄쩍펄쩍 뛰며 감독에게 챌린지를 요청했고, 카우보이스는 애매한 판정을 넘기기 위해 경기를 속행했다.
하지만 그 순간 패커스는 타임아웃을 신청했고, 주심은 그 시간을 이용해 비디오판정에 들어갔다.
Fox Sports 중계화면에서도 리플레이를 여러차례 보여주며 명백한 인터셉션 이라고 말했고, 주심들도 판정번복을 하며 패커스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패커스가 타임아웃을 아껴두지 않았더라면 경기종료 10분전 상황의 오심에 이어 두번째 중대한 오심 때문에 경기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패커스는 37-36 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이렇게해서 89년 12월 이후 24년 만에 카우보이스와의 첫 원정승을 기록했다.
플린은 가족들 앞에서 승리를 기록하며 기쁨을 나눴고, 패커스는 NFC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가닥 희망을 놓치 않고 있다.
카우보이스 입장에서는 역대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 중 하나로 기억 될만한 경기였고, 패커스 입장에서는 반대로 가장 짜릿한 역정승 중 하나로 기록 될 경기였다.
댈라스 카우보이스 입장에서 잠시 살펴보자면,
마지막 드라이브에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되지만, 전반내내 평균 7.4야드를 전진하며 134야드나 내달리던 드마코 머레이(DeMarco Murray)의 러슁게임을 지속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다.
전술의 변화를 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이 판단은 매우 어리석었다.
러슁게임으로 경기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가게 했어야 했고, 패커스의 타임아웃을 소진시켰어야 했다.
게다가 이 경기에서 머레이의 러슁은 완벽했다.
어찌됐건 러슁게임 보다는 패싱게임을 하려다가 막판 두 개의 인터셉션 실수를 했고, 그 실수는 경기 패배로 이어졌다.
아마도 다음주에는 로저스가 복귀할 것 같은데, 플린이 지휘한 2승 덕분에 로저스의 어깨도 한층 가벼울 것 같다.
이변이 없다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와의 리턴매치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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