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의 위치가 샹드마스(Champ de Mars) 평화의벽(Mur de la Paix) 근처에 있어서 길만 건너가니 바로 에펠탑이 한 눈에 들어왔다.


파리에 오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에펠탑(Tour Eiffel)은 송전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교외로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많은 송전탑 같은게 뭐가 그리 유명한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직접 보게 된 것이다.


근데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쁘다.


파리를 여행하는 6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보고 또 봤는데 신기하게도 이 철근덩어리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왜 에펠탑이 파리의 상징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

- 일개 송전탑이 필요 이상으로 멋지다.



샹드마스의 먼지가 풀풀나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중간에 탁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거기가 포토존 이다.


샤이요궁(Palais de Chaillot)에서 내려다보는 에펠탑도 멋있지만 여기서보면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에펠탑도 멋지다.


근데 여기저기서 집시, 아랍사람, 흑형 등등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무슨 종이를 들고 쫒아오고, 아이들이랑 엄마랑 손잡고 다가오고, 흑형들은 에펠탑 모형 수십개를 등에 짋어지고 1유로 다섯개를 외치면서 접근한다.


괜시리 눈이라도 마주치면 골치아픈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서 떨어졌다.


그렇게 주의를 해서 그런지 다행히도 파리에서 우려했던 소매치기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흑형들이 파는 1유로 다섯개짜리 에펠탑 모형이 기념품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다.



- 무한리필 되는 파리 바게뜨



- 프랑스의 대표적인 전채요리 에스까르고

- 버터, 마늘, 허브향이 달팽이에 잘 베어져 있다.


- 버터와 레몬향이 골고루 어우러진 날치찜



- 프렌치 오믈렛과 프렌치 프라이

- 맛은 있었는데 이건 미국에서 먹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 커스타드 맛이 일품이었던 크렘 브룰레



좀 걷다보니 목도 마르고 배도 조금씩 고파졌다.


샤이요궁 근처에 먹을데가 있겠지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눈 앞에 북적거리는 식당이 하나 보였다.


까페 끌레베(Café Kléber)라는 식당이었는데 파리지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있는게 괜찮아 보여서 일단 들어갔다.


그런데 웨이터가 테이블을 세팅해 주는게 신기하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테이블을 기준으로 양 옆에 두사람이 마주보고 앉는게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나란히 옆에 앉을 수 있게 세팅을 하는 것 이었다.


신기해서 여행 내내 다른 식당이나 카페를 관찰했는데 다들 이런식이다.



- 파리의 흔한 까페 테라스

- 길거리를 향해서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



파리에서 제대로 된 첫끼라 큰 기대를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식전빵이 나왔다.


평소에 그다지 빵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도 파리에서 먹어본  바게뜨는 정말 맛있었다.


단지 이 카페 뿐만 아니라 다른 어디를 가던지 파리 바게뜨는 최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먹어봤던 바게뜨는 다 뭐였지 싶은 맛이다.


음식도 가능한 현지식으로 먹어보자는게 이번 여행의 목표여서 최대한 프랑스 음식을 골라봤다.



일단 입맛을 돋구기 위해 에스까르고(Escargot)를 시켰고 메인요리는 날치요리와 오믈렛.


그리고 후식으로는 크렘브룰레(Crème brûlée)를 주문했다.


그런데 메뉴를 보다가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미국에서는 Appetizer-Entree-Dessert 라고 하는게 보통의 3코스 식사다.


애피타이저는 보통 샐러드나 수프를 먹고 메인음식으로 Entree 메뉴를 선택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프랑스 메뉴에서 Entree는 메인이 아니라 애피타이저 요리란다.


그리고 웃긴건 Entree 를 먹기 전에 또 다른 애피타이저를 먹는데 이걸 Hor D’Oeuvres 라고 한다.


애피타이저를 먹기 위한 애피타이저를 먹는다니 역시 음식을 사랑하는 나라답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나서 계산을 하는데 또 하나 미국과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바로 팁문화다.


미국 여행책자를 보면서 파리 여행을 준비했는데, 그 책에서는 분명히 음식가격의 10% 정도를 주면 된다고 나와있었다.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15~20% 정도를 팁으로 주는데 그보다는 적게 준다는 의미로 10 이라는 숫자를 고른 것 같다.


그래서 10% 정도의 가격을 팁으로 주고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0%는 너무나도 많은 팁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남기는 팁은 보통 1~2유로 정도였고 그나마도 대다수는 팁을 내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야 팁문화가 거의 없으니 당연히 안준다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에 너무 오래 살았나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파리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1~2유로 정도의 팁이면 충분히 고마움을 표현하는 금액이라는 것!



- 테라스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가 준비되어 있다.

- 담배를 태우며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파리지앵



식당을 나와서 이제는 개선문 쪽으로 Kléber 길을 따라 걸었는데 아까부터 느낀 몇가지 특이한게 있다.


첫째, 파리는 흡연자들의 천국이다.


길거리에서 걸어다니며 담배를 태우는 사람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찾을 수 있고, 식당 테라스에도 테이블 위에 재떨이가 있다.


흡사 미국의 라스베가스의 길거리가 연상될 정도로 흡연자가 많다.



둘째, 사람들이 유행에 민감하다.


한국이 유행에 민감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파리 사람들도 그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것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들 유행하는 아이템이 있는데,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도리에 눈에 띄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행이 지난 후 몇 달이 지나면서 느낀건데, 4월말에 파리에서 유행했던 패션들이 한두달 후에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많이들 광고하는걸 보았다.


아마도 파리에서 유행하는걸 한국 패션 MD 들이 가지고 들어가서 한두달 내에 한국에 뿌리는 것 같다.


고작 일주일 남짓 있던거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이래서 파리를 패션의 도시라고 하는 듯 싶었다.



셋째, 애완견은 기본적으로 어디든 데리고 갈 수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원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공공장소에서는 애완견 출입이 불가능하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데는 위생문제 때문에라도 더더욱 출입이 불가능한게 사회적 통념이다.


그런데 파리에서는 그 통념이 반대다. 일반적으로 어디든 애완견을 데리고 갈 수 있고, 제한표시가 있는 곳만 출입이 불가능하다.


식당이고 슈퍼마켓이고 어디든 개를 데리고 들락거리는데 문화 충격(Culture Shock) 이었다.


아마도 파리 지하철을 비롯해서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찌릉내가 개오줌 냄새가 아닐까 싶었다.



넷째, 커피는 에스프레소(Expresso)다.


우리가 흔히 커피를 생각할 때 아메리카노를 떠올리는데 반해 프랑스 사람들은 에스프레소가 기본이다.


재밌는건 커피는 까페(Café)라고 하고 커피를 마시는 장소도 까페다.


게다가 까페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식당 개념이다.


그리고 까페 하나 주세요 (un café, s'il vous plaît) 라고 하면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까페 라는 단어 하나로 세가지 의미가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만큼 커피/에스프레소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인지 모르겠다.




- 에뚜왈(Étoile)의 중심에 위치한 개선문



이제 다시 개선문(Arc de Triomphe)으로 돌아와서...


개선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한국의 독립문이 개선문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하던데, 원조라서 그런지 엄청나게 크다.


오늘은 개선문을 밑에서만 보고 나중에 다시 와서 전망대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 샹젤리제의 명품숍

- 줄을 서서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한 루이비통



그리고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샹젤리제(Champs-Élysées)를 따라 걸었다.


샹젤리제 거리는 개선문에서 콩코드광장(Place de la Concorde)까지 이어진 길인데, 파리 최고의 번화가다.


명품숍을 비롯해 다양한 가게가 늘어서 있고, 분위기 좋은 까페와 음식점들도 즐비하다.


또한 물랑루즈(Moulin Rouge) 쇼와 함께 대표적인 파리의 캬바레 쇼인 리도(Lido) 쇼도 볼 수 있고.


낭만적인 공원과 화려한 궁전/박물관도 이 길 위에 위치해 있다.



샹젤리제 길을 따라서 걸으며 느낀건데 파리의 미남 미녀는 여기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멋지게 차려입고 돌아다니는 모델같은 사람들도 그렇지만 길거리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다들 멋쟁이다.


마치 서울의 강남역에서 사람들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샹젤리제에서 파리지앵 구경은 실컷 한 것 같다.


그리고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웨딩사진이나 커플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데서 예쁘게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겠다 싶었다.


근데 아까 샹드마스에서 보고도 신기했지만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를 네모낳게 잘라놨다.


좀 인위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 딱 보면 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나름의 개성인 듯 싶다.



- 파리의 흔한 새똥벤치

- 나무 밑에 있는 벤치 중 열에 아홉은 이런 상태다.



쉬엄쉬엄 여기저기 구경하다 걷다보니 슬슬 다리가 아프다.


잠깐 어디 앉아서 쉬었다 갈까 싶어서 벤치를 찾는데 가까이서 보니 세상에 세상에...


더러운게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새똥 천지다.


비어있는 벤치는 많은데 거의 다 새똥으로 뒤덮인 벤치라 앉을 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파리라는 도시가 참 예쁘고 낭만적이긴 한데 찌릉내와 새똥벤치는 좀 아닌 것 같다.



- 콩코드 광장 중앙에 위치한 오벨리스크



걷다보니 어느새 샹젤리제의 끝인 콩코드 광장까지 갔는데 분수와 오벨리스크가 아주 화려하다.


이게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 라는데 꼭대기는 금박으로 뒤덮여 있다.


근데 여행 첫날인데 많이도 걸었다. 여기까지 걸어오니 이제 좀 지친다.


유람선을 타러갈까 하다가 체력도 보충할겸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코딱지만한 숙소지만 밖에서 돌아다니다 돌아오니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을 보니 5시.. 한두시간만 낮잠을 자고 저녁 먹으러 나갈까 했는데 비몽사몽에 깨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시차 때문에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 같다.


파리에서의 첫 날은 이렇게 끝~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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