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밀워키에서 시즌 최고 투구를 선보이며 5승 달성과 다저스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던 류현진.


오늘은 어제 에인절스(LA Angels)에게 역전승을 거두었던 팀의 상승세를 이끌 필요가 있었다.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National League West) 꼴찌인 다저스는 감독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라 분위기 반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그레인키(Zack Greinke)는 브루어스와 에인절스 경기에서 난타 당하며 조기 강판을 당하는 등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2선발인 류현진의 어깨는 무겁다.



이번 에인절스와의 LA 라이벌 4연전은 사실상 외나무다리 혈투다.


메이저리그 팀 연봉 총액 상위 2위(다저스)와 7위(에인절스)의 팀 치고는 너무나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두 팀 모두 5할 승률을 밑도는 승률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사실상 홈경기나 마찬가지인 4연전을 통해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홈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은 우타자 일색인 에인절스의 타선을 처음으로 맞았다.


일반적으로 우타자는 좌완투수에게, 좌타자는 우완투수에게 강한 면이 있기에 좌완투수 류현진이 우타자로 도배 된 에인절스에게 상성으로는 약하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일수록 강해지는 류현진이다.


오늘 경기는 또한 ESPN 으로 전국 생중계 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호투할 경우 류현진 이라는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릴 기회다.





1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류현진을 공략하려는 것인지 선두타자가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공 한 개로 좌익수 뜬공 아웃.


다음은 강타자 트라웃(Mike Trout). 이 선수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장래가 유망한 선수 중 하나다.


강타자와의 대결이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풀카운트 접전 끝에 우익스 플라이 아웃.


그리고 산넘어 산 푸홀스(Albert Pujols)와의 대결. 하지만 역시나 2구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


투구수 단 10개. 지난번 경기처럼 맞춰잡는 아주 효율적인 투구를 펼쳤다.



2회.


2회도 선두타자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유도하며 4타자 연속 범타.


하지만 다음 타자 켄드릭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3루수 옆 안타를 허용했다. (오늘 2개 피안타 중 하나)


그리고 이어진 카야스포와의 대결. 투수 정면으로 날아온 타구를 거의 받아낼 뻔 했지만 아쉽게도 놓쳤다.


하지만 침착하게 1루로 송구하며 2아웃. 아주 멋있는 더블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리고 이어진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2회도 무실점으로 마무리. 투구수 31개.



3회.


2회에 이어 3회에도 류현진의 침착한 수비가 돋보이는 이닝이었다.


선두타자가 내야안타를 칠 뻔 했지만 다행히 1루에서 아슬아슬하게 아웃되고.


두번째 타자 투수 블랜튼이 친 공이 1/2루 사이를 빠져나갈 뻔 했지만 곤잘레즈가 몸을 날려 잡아내고, 류현진이 악착같이 1루로 달려가 커버하며 2아웃.


두 타자 모두 안타가 될 뻔한 타구였는데 아웃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 오늘 경기 느낌이 참 좋다.


그리고 타자 일순 한 후 두번째로 맞딱뜨린 아이바를 또 다시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2회초 안타 후 다섯타자 연속 범퇴. 투구수는 45개.


3회말 타석에서는 그동안 잠잠했던 베이브류스가 돌아왔다.


지난번 밀워키 경기에서도 아웃이 되긴 했지만 크게 휘두르며 장타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는데, 


다저스의 오늘 첫 안타가 맞는 순간 홈런을 의심 할만큼 잘 맞은 우익수 키를 넘긴 류현진의 2루타였다.


류현진은 어깨 보호를 위한 재킷을 입는 것 까지 거부하며 후속타 때 득점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다저스의 물타선은 류현진을 2루에 내버려 둔 채 허무하게 공격을 마무리했다;;;



4회.


다시 강타자 트라웃과의 대결.


연속 볼 3개를 던지며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는데 다행히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고.


푸홀스 역시 3루수 앞 아주 느린 땅볼을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충분히 내야 안타가 될 수 있을만큼 느린 타구였지만 푸홀스의 발이 아주 아주 느렸기에 아웃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또 다시 살신성인의 허슬플레이를 보이며 마지막 타자를 잡아냈다.


트롬보가 친 공이 류현진의 발을 스쳐 지나갈 때, 피하지 않고 발을 갖다대며 투수 앞 땅볼을 만들어냈다.


만약 그냥 놔뒀다면 중견수 앞까지 빠지는 안타가 될 타구였는데 류현진이 침착하게 아웃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발을 갖다대는 순간 아찔했다.


4회까지의 투구수는 57개. 투구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6이닝 이상은 던질 페이스다.



5회.


9개의 투구로 효과적으로 마무리 한 이닝이다.


아웃 카운트 두 개를 모두 땅볼로 유도하며 잡아내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탈삼진 2개째.


2회초 피안타 이후 5회까지 11타자 연속 범타 중. 투구수 68개.


그리고 이어진 5회말 다저스의 공격.


물방망이 타선 중에서도 하위타선이라 기대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2점홈런을 쳤다.


그것도 1할대 타자 크루즈의 뜬금포다.


호투 중인 류현진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승리투수 조건도 갖춰졌다.



6회.


6회도 이전 이닝처럼 또 다시 손쉬운 삼자범퇴다. 그것도 단 8개의 투구로 만들어냈다.


첫타자는 2구만에 좌익수 플라이아웃.


그리고 이어진 두명의 타자 모두 3구 삼진!


6회까지 14타자 연속 범타. 그리고 투구수도 단 76개!


완투를 기대할만한 페이스다.


어차피 구원 등판하는 벨리사리오는 미덥지도 않으니 할수만 있다면 류현진이 끝까지 책임지는 편이 승수 챙기기에는 더 낫다.


6회말에는 그동안 13타수 무안타에 허덕이는 프랜차이즈 스타 맷 켐프가 드디어 2루타를 쳐냈다.


그리고 앨리스의 안타로 득점까지 성공하며 3:0 으로 앞서나갔다.




7회.


5회 9개. 6회 8개. 7회 7개. 류현진의 투구수다.


또 다시 강타자 트라웃과 푸홀스를 만난 7회.


그리고 여지없이 삼진, 2루수 뜬공으로 쉽게 잡아버렸다.


트롬보는 공 1개로 유격수 앞 땅볼.


투구수 83개. 17타자 연속 범퇴다.



방송국에서도 류현진을 전국구 스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저스의 첫번째 선수들(Dodgers Firsts) 이라는 타이틀로 류현진을 조명했다.


모든 팀의 영구결번이 된 다저스의 첫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

(LA 다저스가 아닌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한국에서 태어난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


일본에서 태어난 첫 메이저리거 노모 히데오.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나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메이저리거 류현진.

(잘못 알고있는 사람이 많은데, 박찬호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로 계약한 후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선수다.)


대스타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것 만 해도 류현진은 이미 스타로 인정받는 것이다.




8회.


8회에는 경기 중 최고 구속인 95마일의 빠른공까지 던졌다.


정상급 투수들은 경기 후반에 더 빠른 공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류현진은 오늘 그런 정상급 투수 포스다.


그리고 또 다시 2아웃을 잡아내며 19타자 연속 범퇴!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2타석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 이아네타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오늘 2개 피안타 중 하나)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후속타자를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8회도 마무리.


투구수 101개. 9회 완봉을 기대할 페이스다.


에인절스는 바로 하루 전 다저스를 상대로 14안타를 터뜨리며 7득점이나 했던 팀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류현진에게는 절대적으로 무기력하다.



9회.


빅리그 데뷔 첫 9회 등판이다.


다저스 스태디움은 이미 잔치 분위기다.


특히 응원 온 한인들은 류현진의 완봉을 기대하며 투구 한 개 한 개 마다 환호한다.


그리고 그 응원에 보답하듯 류현진은 9회에도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에인절스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동안 류현진이 입버릇처럼 말하며 원하던 무실점 경기를 완봉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사사구/볼넷이 하나도 없었던 것 역시 매우 고무적이다.


방어율도 2.89 로 뚝 떨어졌다.


빅리그 데뷔 단 11경기 만이다.



매경기 진화하며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완봉승까지 해냈다.


그저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메이저리그 첫 승. 완투/완봉승. 무실점 경기. 무사사구 경기.


데뷔 첫 해 부터 하나 하나 새로운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


완봉승 하나로 너무 설레발 같긴 하지만 노히트노런. 퍼펙트 게임도 언젠간 해낼 듯 싶다.


그리고 하나 더! 다음 번에는 2패를 안겨 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사진 출처 : ESP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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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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