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빅리그 진출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기록했다.

이는 노모 히데오가 다저스 시절 기록했던 루키시즌 11경기 첫 완봉승 타이 기록이라는 엄청난 기록이다.

두 말 할 것 없이 대단한 기록이다.


거기에 승수를 쌓는 페이스 역시 놀라울 정도다.


에이스 커쇼보다도 1승이 많은 상황이고 신인투수 중에서도 최다 승수다.



그런데 여기서 회자되는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박찬호다.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이고.

한국인 메이저리그 중 가장 큰 획을 그은 선수 중 하나이고.

류현진과 똑같은 다저스 선발로 뛰던 선수이니 당연히 비교될 만 하다.

하지만 그 비교라는 것이 비교가 아닌 대조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 짚어볼 대목이다.

어제자 뉴스 내용만 봐도 박찬호가 185경기 만에 해낸 완봉승을 류현진은 11경기 만에 해냈다고 대조 일색의 기사다.


<출처 : Fox Sports - 다저스 시절 박찬호의 역투>


박찬호는 과연 거품이고 폄하 할만한 투수였나?

흔히들 박찬호를 까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홈런 공장장.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

기복있는 불안정한 투구.

역대 최악의 먹튀.


위에서 짚은 부분은 전혀 틀린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하나씩 짚어보자.


1. 홈런 공장장

박찬호에게는 메이저리그에서 잊혀지기 힘든 몇가지 피홈런 기록이 있다.

은퇴 직전의 '철인' 칼 립켄 주니어에게 얻어맞은 홈런.

배리 본즈가 세운 한 시즌 홈런 신기록 71호, 72호 홈런. (기존 기록 70개)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허용한 한이닝 2개 만루홈런. (일명 한만두)

너무나 임팩트있는 피홈런 이기에 박찬호는 홈런공장장 이라는 이미지 까지 생겨났다.

또한 박찬호의 전성기인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은 약물빨로 야구하던 선수들이 많아 걸리면 넘어가던 시절이다.

5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던 선수가 즐비하던 때 였던 것을 생각하면 투수들은 기록에 손해를 본 기간이다.

박찬호의 17시즌 9이닝당 피홈런 갯수는 1.0 개다.

랜디존슨이 22시즌 동안 평균 피홈런 0.9 개.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18시즌 평균 피홈런 0.8개다.

커리어 기록에서 0.1 이라는 숫자가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언터처블 수준으로 여겨지는 두 명의 투수와 비교해도 피홈런 갯수의 차이는 미미하다.


2.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

박찬호는 100 마일(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자랑하던 투수다.

Stuff 라고 하는 강속구 투수는 로케이션 중심의 투수에 비해 제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박찬호 역시 강속구 위주의 투수이다 보니 세세한 컨트롤 보다는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가 더 많았다.

타자들 역시 강속구 투수를 상대할 때 볼넷을 고르려는 경향이 더 커진다.

빠른공은 정타를 맞히기 힘들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골라내며 볼넷을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박찬호의 17시즌 9이닝당 평균 사사구 4.1 개는 리그 평균 수준이다.

최고의 Stuff 를 자랑하며 5714개의 역대 최다 삼진을 기록한 놀란 라이언은 27시즌 동안 9이닝당 평균 사사구 4.7 개다.


3. 기복있는 불안정한 투구

박찬호는 17시즌 동안 완투 경기가 단 10회다. 그 중 완봉은 3회다.

124승을 챙긴 투수 치고는 완투가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발투수로서의 몫을 다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풀타임 다저스 시절(1997-2001) 박찬호는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투수였다.

이닝이터로 여겨지는 류현진이 현재까지 한 경기를 제외하고 6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것을 보면 박찬호가 크게 기복있는 플레이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4. 역대 최악의 먹튀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저스 시절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 될 만큼 엄청난 투수였지만 텍사스 레인저스 에서는 천문학적인 몸값이 부끄러울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부상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됐건 다저스 시절의 포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텍사스 시절 4년 동안 거둔 22승은, 2000년 다저스 시절 한 해에 거둔 승수보다 고작 4승이 많다.

레인저스와의 계약은 박찬호에게는 부를 안겨줬지만 최악의 먹튀라는 별명도 함께 안겨준 셈이다.


각설하고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동양인 최다승 124승을 기록한 것 자체가 이미 박찬호의 클래스를 증명한다.


사이영상급 특급투수는 아닐지언정 정상급 투수임엔 틀림없다.

일본 최고의 투수라고 여겨지던 마쯔자카 다이스케는 빅리그에서 일본야구의 진수를 보여줄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과는 두시즌 반짝 활약 이었다.

대만 투수 왕쳰밍 역시 박찬호가 가지고 있던 동양인 단일시즌 최다승(18승) 기록을 19승으로 경신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류현진이 빅리그 루키시즌부터 엄청난 두각을 보이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또한 매경기 발전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진화하는 모습은 진정한 괴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 하는가 마는가 걱정했던 것이 의아할 정도다.

하지만 그의 선전이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이지 선배 메이저리거를 대조적으로 깎아내릴 일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류현진이 호투하는 경기를 보면 지친 하루에 활력소가 된다.

마치 박찬호가 경제위기시절 한국에 기쁨을 주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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