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체감온도 영하 45도.


미국 기상관측소에서 예고한 패커스의 연고지인 그린베이의 날씨였다.


말도 안되게 혹독한 날씨지만 77,525 명의 관중은 램보필드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만큼 패커스의 팬심은 놀라울 정도로 두텁다.



안타깝게도 패커스는 나이너스와 만난 지난 3경기 모두 나이너스에 패배했다.

나이너스의 하보우 감독은 맥카시 감독에게 천적같은 관계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나이너스의 쿼터백인 캐퍼닉 역시 지난 두경기에서 모두 패커스에 승리했고, 패커스 수비진을 유린하며 쿼터백인지 러닝백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게다가 오늘은 패커스의 주요 공격/수비수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종합해보면 객관적인 전력은 나이너스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패커스 홈필드에서 아이스보울 특성상 패커스에 유리한 면도 있었다.



- 출처 : packers.com

- 에디 레이시 에게 공을 건네주는 아론 로저스




1쿼터.


패커스는 말 그대로 개판 5분전 이었다.


1쿼터 내내 겨우 6야드 밖에 전진하지 못했고, 퍼스트다운은 하나도 없었다.

평균 0.7야드 씩 전진했다는데, 설상가상으로 얼음장 같은 날씨에 시작하자마자 샘 쉴즈마저 무릎 부상으로 빠졌다.

반대로 나이너스는 펄펄 날았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나이너스는 좋은 기회를 모두 필드골로 마무리하며 0-6 으로 1쿼터를 끝냈다.



2쿼터.

나이너스는 2쿼터에도 계속해서 패커스의 수비진을 흔들어댔고 패커스 진영으로 진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이대로 계속해서 게임이 진행되면 패커스는 힘없이 무너질 것이 뻔했다.


그러던 중 2쿼터 13분에 게임체인저가 나왔다. 바로 트래몬 윌리엄스가 캐퍼닉의 패스를 인터셉션 한 것이다.

0-9 혹은 0-13 으로 뒤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패커스는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를 잡았다.

소중한 기회를 살려 11분30초에 처음으로 퍼스트다운에 성공했고, 연속으로 퍼스트다운을 성공시키며 처음으로 나이너스 진영에 진입했다.

에디 레이시는 발목부상에도 불구하고 어디가 다쳤냐는 듯 펄펄 뛰어다녔고, 결국 퍼스트앤 골까지 진입 후, 로저스는 케미돋는 넬슨에게 패스 터치다운을 성공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격다운 공격에 성공 후 7-6으로 역전하며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한 방 먹은 캐퍼닉은 스스로 러닝게임에 성공하며 금세 패커스 레드존에 진입했고, 바로 이어진 나이너스의 터치다운으로 경기는 7-13 으로 재역전됐다.


패커스 수비는 캐퍼닉의 러쉬를 희한할 정도로 막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번 디비전 경기에서도 캐퍼닉이 쿼터백 러쉬 레코드 세운 적 있다.


패커스는 전반 종료 직전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10-13 으로 3점 더 따라간채 전반 종료했다.



후반 3쿼터.

나이너스 진영 18야드에서 시작과 동시에 캐퍼닉은 공격시간을 허비하며 타임아웃 소진했다.

패커스의 수비가 전반과는 달라진 것인지 나이너스는 허둥지둥 대다가 이렇다할 공격도 못하고 패커스 진영에 펀트를 해버렸다.

하지만 패커스는 좋은 위치에서 공격 드라이브를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전혀 전진하지 못하며 다시 나이너스 진영으로 펀트했다.


나이너스는 이번 공격 드라이브에서는 차근차근히 전진하며 패커스 테리토리 진입했지만 공격팀의 손발이 맞지 않으며 또 한 번 타임아웃을 부르며 3쿼터에만 2개의 타임아웃을 소진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타임아웃 후 공격실패 그리고 페널티까지 받으며 필드골 레인지에서 벗어나버렸다.

결국 소중한 타임아웃 두개가 허공에 날아간 꼴이 되버렸다.



다시 공격권을 쥔 패커스는 오랜만에 러쉬게임이 먹히며 나이너스 테리토리에 진입했다.

러닝백 에디 레이시는 나이너스 수비수에게 태클을 당해도 넘어지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전진하며 작지만 강한 폭주기관차의 면모를 보여줬다.

패커스는 레드존 근처까지 전진했지만 퍼스트다운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48야드 필드골을 포기하고 갬블을 선택했는데, 4th Down Coversion을 기적처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로저스는 나이너스 수비수에게 쌕을 당할뻔 했지만 위기를 벗어난 후, 간만에 롱패스를 성공시키며 4야드 라인에서 퍼스트앤골 기회를 잡았다.

결국 쿤이 러쉬 터치다운 성공하며 17-14로 재역전을 했다.




4쿼터.

나이너스는 전반의 우세함을 잃고 후반에는 전혀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꾸준히 캐퍼닉의 러쉬로 전진에 성공하며 퍼스트다운을 성공시켰고, 기세를 몰아 4쿼터 10분 30초 롱패스 터치다운 성공으로 17-20 재역전했다.  그야말로 박빙의 시소게임이다.


패커스는 다시 에디 레이시의 러쉬게임으로 나이너스 수비진을 뚫었고, 결국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20-20 으로 동점이 됐다.


경기 종료까지 약 5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필드골이 아닌 터치다운 갬블이 필요해 보이기도 했지만, 맥카시 감독은 지난번 베어스 게임처럼 다시 한 번 패커스에 공격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이너스는 계속해서 경기시간을 허비시켰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패커스의 엔드존을 향해 전진했다.

패커스는 어떻게든 시간을 늦춰보려 3개의 타임아웃을 모두 소진했지만 결국 경기시간은 종료 3초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공격으로 손쉽게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나이너스가 패커스에 20-23 으로 승리했다.


로저스는 경기 후,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패배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패커스의 수비 코디네이터가 교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패커스의 수비수가 23점 밖에 내주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너스의 공격루트를 전혀 읽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허둥대던 패커스의 수비진은 그저 아쉽기만 했다.


특히 오늘도 캐퍼닉은 패커스의 수비진을 농락하며 거의 100 야드의 가까운 러쉬를 기록했다.



정말 아쉽지만 패커스의 시즌은 이렇게 끝났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선수의 크고작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시즌 중반에는 로저스의 쇄골뼈 골절 부상으로 한동안 사령관을 잃었던 패커스였다.


어찌보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한 것만 해도 대단한 시즌이었다.


게다가 뜻하지 않게 에디 레이시 라는 거물급 신인을 발견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만약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루키인 레이시는 출전기회조차 갖지 못했을텐데 말이다.


다음 시즌은 수비가 보강되서 한층 더 강해진 패커스로 돌아오길 바란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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