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는 파산했었어야 했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인 롬니의 주장이다.

'디트로이트는 파산했었어야 했다.'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며 왜 망해가는 자동차산업에 천문학적인 정부자금을 투입해서 도와줬냐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개인회사에 돈을 퍼주며 구제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개인회사는 파산신청을 하고 은행권에서 다시 돈을 가져다가 자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08년을 돌아보면 미국은 나라전체가 파산 직전이었다.

월가(Wall Street)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엄청났다.

길거리에 있는 상점들부터 중소기업 그리고 심지어 대기업 모두 다 나자빠졌고.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은행에 집을 빼앗기고 길거리로 나앉았다.

은행은 어떻게든 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돈이 씨가 말라 은행마저도 파산하는 일이 허다했다.

경제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였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점이다.

롬니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이 파산신청을 하고 은행에서 돈을 끌어다 써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는 논리다.

흥미로운 점은.

롬니가 선거캠페인 내내 자랑하는 점 중에 자신은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을 치루면서도 유타주정부의 예산을 제대로 맞췄다는 것이다. (Romney insists he balanced the budget in Utah.)

올림픽같은 큰 대회를 치루고 난 후, 해당 지역이 적자예산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대단해 보인다.

밴쿠버, 그리스 등을 보아도 적자에 허덕였고, 한국의 F1 대회 역시 지역예산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롬니는 자가당책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유타 주정부 예산이 올림픽 때문에 적자이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도와줬으면 한다고 요청을 한 점이다.

실제로 연방정부에서 엄청난 적자를 메워줬고 덕분에 유타 주정부는 예산을 맞출 수 있었다.

자신은 연방정부 도움을 받은게 정당한 것이고, 자동차산업이 연방정부의 도움을 받은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당시에 연방정부에서 자동차산업에 긴급수혈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파산했을 것이고 직장을 잃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을 것이다.

은행권의 돈줄까지 마른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빚을 갚을 길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자동차산업은 망했을 것이다.

역사는 '만약' 이라는 것이 없지만, 만약에 그랬다면 미국에서 제조업의 근간이 무너졌을 것이고.

아직도 실업율은 고공행진을 했을지도 모른다.

한 기업의 수장을 지낸 후보다.

주변에서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하고,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성공한 비지니스맨이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고 한다.

흡사 5년 전 누군가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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