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과 그 나라의 삶을 비교하게 된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쁨을 떠나서 비슷비슷한 삶 속에서도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참 재밌다.


이런 문화 중 한국의 특별한 문화가 하나 있다.


바로 유교사상의 발달로 인해 나이를 중시하는 문화다.


사회생활에서 나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문화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이렇게 나이가 중요시되는 문화는 서양문화권인 미국은 물론이고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도 참 유별날 정도다.



어찌보면 황당한 것인데, 잘 모르는 사이도 나이가 같으면 '친구' 라고 부르는 문화다.


달리 말하면 나이가 다르면 아무리 친해도 '친구'가 되기 힘든 것이 한국의 문화다.


한두살 차이는 어찌어찌 해서 야자를 할지 몰라도 그 이상의 차이는 친구가 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손윗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거나 스스럼없이 반말을 한다거나 하면 예의없다는 소리도 듣게 된다.



미국에 처음 와서 적응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점 이었다.


딱 봐도 아버지뻘인 아저씨가 '나를 Rick 이라고 불러.' 라고 하는데 어떻게 감히 이름을 부르겠는가.


여러번에 걸쳐 계속해서 '나를 Rick 이라고 불러,' 라고 해도 차마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그건 너무 버릇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내 방식대로 Mr. ㅇㅇ 이라고 호칭을 했다.


그 이후로 10 여년이 지나며 수많은 미국인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


그리고 처음 만났던 Rick 아저씨에게 내가 공손하고자 했던 행동이 되레 불편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나이가 많건 동갑이건 어리건,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경우엔 그냥 이름을 부른다.


50살 먹은 중년의 아저씨건, 20살의 대학생이건, 100살 먹은 할아버진건 상관없다.


자기 이름이 Jason 이라고 하면서, Call me Jason 이라고 하면 그냥 그렇게 이름을 부르면 그만이다.


굳이 이름 대신에 Mr.ㅇㅇ 라고 부르지도 않고 그렇게 하라고 하는 사람도 매우 드물다.



매우 드물다고 한 이유는 달리 불리우길 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Doctor ㅇㅇ 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ㅇㅇ 는 성/Family Name 을 말한다.)


또한 학교에서 ㅇㅇ 교수님의 경우에도 Professor ㅇㅇ 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그리고 군부대에 오랜시간 몸을 담고 있었던 장성들도 General/Colonel 등으로 불러준다.


하지만 미국 전체인구에서도 이런 사람들은 극소수다.



이런 경우는 미국인 중에서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하고, 일반적인 경우엔 그냥 이름을 부르고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5살 먹은 꼬마와 옆집에 사는 70살 먹은 할머니가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친구처럼 친하게 지낸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 '친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전혀 나이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하다.


어느 문화나 마찬가지로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챙겨주고 조언해주거나 도와주기는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딱딱하거나 일방적인 수직관계가 아니라 좀 더 인생경험이 많은 친구가 좀 어린 인생후배 친구를 대하는 느낌에 가깝다.


그리고 직계가족의 경우에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Dad, Mom, Grandpa, Grandma, Uncle, Aunt 등의 호칭으로 부른다.



이제는 이런 문화가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웃긴건, 아무리 이런 문화가 편해졌다 해도 아직도 나이어린 미국교포에게는 한국인처럼 대하게 된다.


아무리 영어가 편한 교포여도 한국인으로 느껴지나보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