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친구들과 모임을 갖으며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음식 여러개를 시켜서 같이 나눠 먹으려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두부 등이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시켰다.


그런데 음식을 가려먹지 않는 일반인(?)의 식습관으로 이것저것 음식을 시키다보니 채식주의자 친구녀석의 음식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것 이었다.


아차 싶어서 그 친구에게 '너 먹을거 너무 적으면 더 시킬까?' 라고 물었더니 충격적인 대답을 하는 것 이었다.


'괜찮아, 닭고기랑 생선들어간 음식 먹으면 돼.'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너 채식주의자 아녔어?'


'그래 맞아. 나 채식주의자야. 그런데 닭고기랑 생선종류는 먹어.'


...... (할말잃음)



친구녀석의 그 대답이 황당해서 모임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채식주의자에 친구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하 채식주의자 친구는 '채식', 그 외 다른 사람들은 '우리')


우리 : 채식주의자는 채식만 하는 것 아니야?


채식 : 채식주의자 라고 다 채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채식주의자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나같이 빨간 육고기만 안 먹는 채식주의자부터, 육고기종류가 아닌 어패류까지 먹는 채식주의자.

유제품까지만 먹는 채식주의자, 그냥 풀 종류만 먹는 순수한 채식주의자 등등 엄청나게 종류가 많다.


우리 : 그럼, 채식주의자의 정의를 말해봐.


채식 :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는 사람. 그런데 그렇게 단순히 나누는게 아니라, 채식주의자 종류가 여러가지야.


우리 : 장난하나? 채식주의자의 정의가 채식을 하는 사람이면 채식만 해야 채식주의자 아니야?

무슨 그런 애매모호한 정의가 다 있어? 그럼 난 소고기랑 돼지고기 같은 빨간 육고기도 먹는 채식주의자다.


채식 : ...... (뭐라 더 설명하려고 하는데 말이 안 통해서 침묵하는 듯)



- 출처 : en.wikipedia.org



이전부터 채식주의자를 많이 봐 왔지만, 채식주의자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제대로 알지 못 했었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너무나 광범위한 정의다.


채식주의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정말 신기한 표현이기에 이 단어가 갖는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종교적 이유, 철학적 이유, 건강상 이유, 주머니 사정에 의한 부득이한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채식주의자' 라는 단어가 갖는 정의는 너무 애매하다.


친구들끼리 우스겟소리로 '빨간 육고기도 먹는 채식주의자' 라는 말도 했는데, (무식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아쉽게도 그 많고도 다양한 채식주의의 종류 중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포함 된 것은 없었다.


많고 많은 채식주의의 세부적인 정의를 누가 정한 것 인지는 몰라도,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참 자의적이고 애매한 정의다.



예전 60, 70년대에 히피라는 문화가 있었다.


기성세대의 사회 통념과 가치관 등과는 다른 인간적인면을 강조하며 사랑, 평화, 자유 등을 추구하던 문화였는데, 이 히피 문화 역시 하나의 정의로 표현하는 것이 참 애매하다.


처음 시작이 어찌됐건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가치관이 더해지며, 히피 라는 광범위한 문화가 생겨났었는데, 마치 지금의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채식주의'가 존재하는 채식주의가 오버랩 된다.


공교롭게도 채식주의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 동물애호가 등 사랑, 평화 등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보면 이 또한 하나의 문화로 보이기도 한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Posted by P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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